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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Jan 03. 2023

답답해서 죽는 일은 없어야한다.

모파상 [노끈 한오라기]

 모파상의 신뢰를 다룬 작품 ‘노끈 한 오라기’에서 억울한 오슈코른은 그의 결백이 밝혀졌음에

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또 다른 해석으로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대중에 의해 결국 처절한

죽음에 이른다. 오슈코른이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설명할수록 그들의 신념에 반한다

는 이유로 그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린다. 다수의 횡포가 지금 이 사회에도 또, 작은 교실

에서도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A의 평소 정직하고 반듯한 생활 태도를 알고 있기에 참 답답한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입을 앙

다물고 참아보지만 속절 없이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질까. 억울함이란 아이나 어른이나 참 아픈

숙제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겼을 때 깔끔하게 웃으며 풀리지 않는 상황이 있다.

보통은 한 쪽이 ‘미안해’ 하면, 바로 이어 다른 쪽이 ‘괜찮아’로 끝나지만... 누구의 거짓말이

든 오해든 서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난감한 상황이 있다. 이럴 때 맘 약한 A는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교사로서 해줄 말이 없어 나이 많은 걸 들이 밀며 이렇게 이해시키려 한다.

 ‘그래, 너 정말 억울하겠다. 샘이 너보다 더 많이 살아보니 그런 억울한 일이 참 많드라. 근데, 

그거 다 밝히고 해명하기 어려워. 그럴 땐 무시해버리는 게 답일 수도 있어. 이 정도는 내가 봐준다는

심정으로 버려버리자. 샘이 네 맘 알아줄게’ 이렇게 마무리하는 편이다. 이럴 땐 교사도 속 시

원히 피의자와 피해자를 구분 지어 판결을 내려주지 못한 것(?)이 찝찝하다. A의 억울하고 답

답한 마음을 해결해 줄 세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아이에게 친한 친구 한 명은 있어야 한다. 부모가 친구랑 놀 시간까지 확보하여 친구를

만들 조건을 제공해야 하는 요즘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게 최선이라면 그 또한 필요하다. 친구

가 없어 고민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친구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부모는 환경만 제공할 뿐 너무 깊은 개입은 삼가야 한다. 친구를 사

귀는 과정에서 궁금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부모에게 할 수 있도록 준비된 부모의 자세를 갖

추고 언제든 부모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 수 있는 정도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자신의 변호인은 자신이 될 수 있는 말발을 키워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흐를지라도 아닌 건 끝까지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

박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변호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피해와 가해의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

이 연출된다. 주변에서 수 많은 목격자들의 훈수가 이어지지만 결국 당사자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믿어주기 때문이다. 말발 역량을 키우는 건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야 하고 생각을 하고 글을 써 봐야 하며 말을 많이 해봐야 쌓을 수 있는 상당히 공

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셋째,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사리 분별을 따지기 전에 내 편이 되어주

고, 모두 등을 돌릴 때 나를 바라봐 주는 존재가 바로 친구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나와

항상 함께 있는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춘 친구는 바로 나다. 내가 나와 친구가 되어 친밀한 관

계를 만들어 나가면 그 든든함이 내게 힘을 준다.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바로 성찰의 습관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진실한 말을 건넬 수 있어 내 감

정을 내가 먼저 알아채고 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학년의 경우는 인형을 가지고 자기의 마음을 나누는 역할놀이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기

쁘고 행복할 때도 유용하지만, 속상해서 다른 사람한테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감정을 풀어놓기

에 참 좋은 방법이다. 고학년은 일기쓰기를 적극 추천한다. 부모가 몰래 훔쳐볼 수 없는 강력한 

차단장치를 설치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어야 한다. 억울하고 답답한 꽉 막힌

마음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치유 받게 된다. 물론, 비판도 추궁도 없이 그저 온전히 아이 편이

되어주는 둥지같은 부모가 있다면 세 가지 해결 방법을 어쩌면 벌써 다 갖고 있을 수도 있다.

 A가 답답하고 억울해서 베갯잇을 적시는 일은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절대로 답답해서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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