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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Jan 03. 2023

방관자가 되지 않을 용기

기드 모파상의 단편선 [쥘르 삼촌]

 기드 모파상의 단편선 ‘쥘르 삼촌’은 5프랑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적지 않은 돈을 선뜻 거지

에게 내민 조제프의 선의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금의환향할 멋진 삼촌을 기다리던 중, 초라한

행색의 굴을 팔던 노인이 삼촌임을 알면서도 아는체 하지 못하고 다시 만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이다. 어린 조제프는 불쌍한 삼촌에게 다가가 다정한 말을 하며 위로해 주고 싶었

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때의 안타까움이 평생 조제프를 따라다니며 후회의 손길에 5프랑을 건

낸 것이다.


 교실에서도 조제프처럼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나 다수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양심

을 드러내지 못하는 A가 있다. 학교 폭력의 다양한 경우 중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따돌리는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A는 다수의 방관자 안에 있다.

교육부의 2017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목격 후 행동을 묻는 문항에서

‘모른 척 했다’가 20.3%를 차지했다.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 확

인할 수 있는 방관자의 비율은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자기보고식 설문의 문제점 중 사실

보다는 도덕적 판단으로 응답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방관’은 용기가 없어 주저하거나

자신도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정글과 같을 때가 있다. 힘의 원리에 의해 강한 아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 도

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A는 고민하고 주저하다 안전하게 다수의 방관자 틈에 머무르는 게 쉽

다고 판단한다. 외면하는 게 차라리 맘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는 A와 같은 아이를 알아볼 수 있다. 양심과 분위기 사이에서 괴로운 A는 이따금 용기를

내 보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며 외면하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태도를 보인다. 교실에서 따돌림은 

심각성의 강도와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이기에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A에게 외로운 아이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부탁하며 의도적으로 짝을 맺

어준다. A는 교사의 지지에 힘을 얻어 최선을 다해 혼자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고 방패 역할

을 해준다. 그러다 보면 한 명 두 명 방관자의 그룹에 있던 아이들의 양심이 움직이고 자연스

럽게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


 A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보석같은 아이가 용기를 내기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 아이

가 공동체에서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 부모님에게 부

탁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친구처럼 내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같이 고민해 줄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성향을 가진 아이는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참 괴로운 일이다. 내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낼 지지기반이 있다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부모는 늘 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루 일과를 꼬치꼬치 캐묻기보다 밥을 먹다가, 

산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오늘 누굴 만났는데 그 친구는 이렇더라, 저렇더라

하며 친구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고 아이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진지하게 듣고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그럴듯한

해결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와 속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학교생활 얘기는

물 흐르듯 흘러나온다. 아이의 고민을 경청하면서 아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

스로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지혜로운 대화상대가 되어 주면 놀랍게도 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는다.

둘째, 찾은 답을 실천하는 아이 곁에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방관자의 자리에서 용

기 있는 자의 자리로 나아가더라도 바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생각하지 못한 어려

움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더 긴밀하게 아이와 상호관계를 유지하며 든든하게 받쳐

줘야 한다. 부모의 일관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철저히 이성적인 자세로 아이가 나아가는

방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 단계에서 담임교사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셋째,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체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외롭더라도 옳다고 믿는 쪽

에 설 수 있는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용기로 인한 뿌듯한 경험을 많이 쌓을 때 자연

스럽게 생긴다. 자신의 실수를 바로 인정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동생에게 용서를 구하고, 남

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실천했을 때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

를 해줘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

인 칭찬이어야 한다. 작은 성공 경험이 결국 성공에 이르게 한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 곁에서 용기 있게 손을 내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 조제프가 삼

촌을 외면하는 부모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제프가 용기를 내어 삼촌 이름을 부르고 안아주었다면 예상치 못한 따뜻한 해피엔딩이 펼쳐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A가 담대히 나아가 외로운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용기는 그 아이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인류의 모든 위대한 역사는 용기 있는 자들로 인해 쓰여졌다.” -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행동/로버트 E. 스타웁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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