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속 애착의 의미

by 윤미용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드라마다. 최근 만난 사람들이 모두 ‘폭삭 속았수다’를 보았는지 묻는다. 방영 중일 때는 기다리는 초조함이 싫어서, 웬만하면 다 끝나고 몰아서 보는 편이라 드라마가 종영하기를 기다리다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


소리 없이 함께 울게 되는 장면이 꽤 있었다. 그 중에서도 관식이 죽음을 앞두고 딸 금명이에게 병원에서 자고 가라며 붙잡은 날이 가장 가슴 시렸다. 애순과 뜨거웠던 일화를 딸에게 말해주며 그 시절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추억하는 관식의 아이같이 해맑은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그런데, 정작 금명을 붙잡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엄마에게 잘 해 줘, 엄마 생각하면 미안하고 죽겠어. 아빠한테는 엄마가 진짜 귀한 사람이거든. 다정해 줘.’라는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한 사람을 살게 하고, 꿈꾸게 하고, 그 사람이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게 해 주는 것이 ‘애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식이 죽은 후, 애순은 어찌 살까?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애순은 그녀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예쁘고 맑게 삶을 이어 나간다. 요양원에서 애순이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고, 시집을 들고 18살 소녀처럼 기뻐하고, 설렘과 아련함으로 관식을 그리워하는 애순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애착이란 양육자나 특별한 사회적 대상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말한다. 발달 심리학에서 생애 초기 부모와의 애착 관계는 이후 대인 관계의 질을 예측하는 선행 변인으로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고, 애착은 발달 심리학뿐 아닌 응용 심리학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불우했던 애순이에게 관식은 애착을 선물한 양육자이자 특별한 사람이었다. 세상의 부모도 부끄럽게 만드는 순도 100%의 진짜 애착이다. 애착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가 떠올랐다. 내 아이의 불편하고 삐걱이는 사회적 모습을 보면서 내 탓, 아이 탓, 세상 탓을 하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내 삶으로도 버거웠으며, 지금처럼 오은영박사의 지침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때다. 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에서 ‘애착’에 대해 알았는데, 어렸을 적 잘못 형성된 애착은 어른이 되어 안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을 만나 다시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맺는다면 그 사람의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누군가를 찾는 것보다 ‘내가 아이와 다시 시작해야지‘ 하며 일 년간 전적으로 내 아이에게 헌신했다. 결론적으로 아이는 4~5세 때 보여준 유머와 자신감과 적극성을 회복하고 주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서른 살이 넘은 지금 아이는 가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바로 그 일 년이야.’라고 말한다.


애순과 관식의 사랑은 최선의 ‘애착 관계’로 보인다. 사랑 그 이상의 신뢰와 친밀감과 무엇보다 경이로운 것은 그 사랑이 변함없이 50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 드라마가 참 고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직,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