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루멧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까르뜨블랑슈 섹션에서 언론인 손석희 님이 추천해 주신 <뜨거운 오후>를 보고 왔습니다.
1975년 9월 21일에 개봉한 영화가 딱 50년이 흐른 시점 한국 극장에 처음 걸린 순간에 직접 보게 되어
너무나 영광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영화는 1972년 뜨거운 여름이었던 8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일어난 실화사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여름, 은행창구 앞에서 어딘가 불편한 듯 있는 세 남자, 써니와 샐 그리고 스티브는 함께 마지막 손님이 은행을 나가자 총을 꺼내든다. 이후에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스티브는 두려운 마음에 못하겠다며 이야기하고, 써니와 샐은 그를 보내준다. 그리고 금고 속 돈은 몇 뭉치 밖에 되지 않는다. 은행에서 돈을 모두 본사에 보내고 남은 후였다.
무언가 엉성하고, 어설픈 이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은행원들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시민들에게 둘러싸인다. 그들이 훔친 건 1,100달러의 돈인데, 아니 사실 훔치지도 못했다. 여전히 은행 안에서 대치하며 경찰과 협상 중이다. 와중에 은행원들은 오히려 그를 나무라기도 한다. 이런 웃픈 상황들의 연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써니가 "아티카! 아티카! 아티카!"를 외쳤을 때는 군중의 응원을 받기도, 미디어를 통해 구경거리로 전락하여 그의 애인까지 알려질 때는 군중의 손가락질, 조롱을 받기도 한다.
써니는 경찰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이 나라를 떠버리자는 계획까지 다다른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애인에게 통화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리고 유언을 작성하는데 애인의 성전환 수술을 위한 돈, 아내에게 수급자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주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는 어떻게 보면 로맨트시스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면에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통화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애인과 아내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마지막 통화는 모두 각자의 힘듦을 토해내고 끝나고 말았다.
결국 비행기 장에서 샐은 죽고, 써니는 경찰에게 붙잡힌다. 써니는 사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FBI는 써니에게 "샐은 우리가 처리할게"라고 언질을 했다. 하지만 써니는 샐에게 어떠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샐은 이미 써니에게 감옥에 갈 거면 우리 둘이 여기서 목숨을 끊자고 이야기 한 바가 있고 써니도 동의했다.
하지만 써니는 누구보다 죽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그가 마지막 통화가 될 수 있으니 은행 직원들에게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 것, 자신도 아내와 애인에게 통화를 한 것처럼 누구보다 다시 사회에, 일상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써니의 정성 들인 유언을 보는 느낌이었다. 돈도 얼마 없지만, 인질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고, 협상을 잘해서 잘 빠져나가고 싶지만 이미 잘 못된 길을 들어선 걸 알았음을 고백하며 이 상황을 잘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하나의 유언 같았다.
<뜨거운 오후> 월남전 이후 참전 군인들의 부적응, 워터 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시대 상황,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틴 스코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가 떠오른다. 참전 군인들이 사회에 돌아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경제적 어려움과 붕 떠있는 느낌을 <뜨거운 오후>에서 알 파치노의 땀이 가득한 연기로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 엉성하지만, 무모하고, 사랑을 원하지만 폭력적이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사람, 1970년 대의 혼란 속의 알 파치노 연기가 살아 숨 쉬는 멋진 영화였다.
손석희 님의 말을 빌려 글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봐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은 영화. 무엇보다도 알 파치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