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

올리버라세

by 김민정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 갔던 시라트에서 여러모로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시라트(Sirat)’는 최후의 심판 날,

모든 사람이 건너야 하는 지옥 위의 다리,

지옥을 가로지르며 이승과 낙원을 연결하는 다리,

쿠란에서는 명확히 언급되지 않으나 하디스에서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가장 날카로운 칼날만큼 날카롭다'라고 묘사되고 있다.


영화 제목의 의미가 스크린에 뜨기 시작하면서

관객들도 그 다리를 함께 건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황량한 사막에서 스피커 몇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울림과 수백 명들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마냥 유흥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 속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딸을 찾아나서먀 또 다른 사막에서 열리는 레이브 파티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목적지에 향하지 않고, 오로지 그 여정만을 다룬다. 전쟁은 어린이, 여성, 장애인, 남성 그 누구도 피해 가지 않는다. 고요해 보이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막이지만 그 아래에는 전쟁의 흔적이 있고 다시 그 위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아무래도 후반부에서

지뢰가 깔린 단 몇백 미터를 건너는 장면이다. 이미 여러 죽음, 그중에서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묵묵한 발걸음은 너무나도 침착해 보인다. “생즉사 필즉생”이라고 하던가.


이 장면이 체감 상 30분은 한 것 같은데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게임 속 시작음악 같은 오묘한 사운드가 계속 흘러나오고, 이전에 영화가 엄청난 사운드와 이미지로 충격을 준 잔상이 남아있어 이 장면에서 더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을 강력하게 느꼈다.


죽음이라는 것을 소재로 관객들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는 것이 선호하는 영화소재는 아니지만, 어디선가는 영화가 아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강한 굉음과 이미지들이 강력한 이 영화는 단순히 죽음만을 소재로 하기보다 삶, 전쟁, 극복 등 여러 소재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다.


인물들이 나아가는 길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칼날처럼 날카로운 길이다. ‘나라야마 부시코’ 영화를 보면 노모를 아들이 업고 눈이 온 산을 아주 길게 보여주는 씬이 있다. 이 영화도 후반부에서 길게 길을 건너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삶과 죽음을 경계를 관객들에게도 함께 전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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