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커피 프랜차이즈 선호도 1위
난 스타벅스 커피 특유의 다크 로스팅 원두를 좋아하진 않는다. 좋게 이야기하면 고소한 맛 나쁘게는 탄맛이 나기 때문에 첫 모금에는 '진해서 맛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끝까지 다 마시기에는 꽤나 '쓰고 텁텁하다'. 하지만 내 취향과 무관하게 오늘도 스타벅스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오늘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계속 찾게 되는 이유를 키워드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레시피로 음료를 제조'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이다. 이전에 미국 스타벅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과도하게 추가하는 것이 유행했었는데, 이에 지친 스타벅스 직원 한 명이 본인 SNS에 이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고객이 원하는 음료를 제조하는 건 고객 서비스의 핵심"이라며 일축했고, 해당 직원에게는 고객의 실명을 거론해 험담했다며 해고 조치를 취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직원의 해고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에 대한 스타벅스의 일관되고 단호한 입장이다.
커스터마이징의 핵심은 '대접받는 느낌'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취향에 맞는 음료를 제공하며 최종적으로는 고객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들게 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에는 상품의 가치보다 기꺼이 높은 돈을 지불한다.
이전에 아버지가 집에서 가장 가깝지도 주변에서 가장 저렴하지도 않은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곤 했는데, 나중에 그 주유소를 같이 가보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았다. 주유소로 들어가니 사장님이 아버지 얼굴을 알아보고 금세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또 주유하는 동안에는 물과 휴지는 있냐며 챙겨주시고, 자동세차 후에 꼼꼼하게 남은 물기를 닦아주셨다. 마지막에 주유소를 나가는 길까지 마중 나와 배웅까지 해주시더라. 우리는 고작 5만 원 주유를 했지만 그 가치 이상의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기름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특별하게 대우해 주는 사람이 있어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닐까.
스타벅스도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당신은 특별합니다'라는 의미를 우리에게 넌지시 전하고 있다. 개개인이 원하는 구성으로 나만의 음료를 만들어주고, 고객마다 정해진 닉네임을 불러 주문이 완료되었음을 알린다. 그리고 웃으며 음료를 건네주는 바리스타와 눈이 맞는다면 우리는 그 매장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요즘은 모바일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2월 29일 기준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프티콘의 판매 랭킹 1~4위는 스타벅스가 차지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1년에 360잔 마신다는 커피가 선물하기에도 적당한 가격이니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스타벅스를 선물하는 이유는 뭘까?
비대면 시대지만 호의는 표하고 싶다면?
스타벅스를 커피를 마시면 왠지 성공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을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모바일 선물은 그 사람과의 유대 관계보다는 선물 자체에서 의미를 더 찾게 된다. 얼굴을 마주하고 주는 선물은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이 사람이 나를 이만큼 생각하는구나' 하며 느낄 수 있지만, 모바일 선물은 그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지를 선물한다. 스타벅스의 고급스럽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는 않은, 무난하지만 성의는 차린 듯한 이미지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다. 이처럼 모바일 선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건 미국 커피, 이대 앞 1호점, 스세권, 시즌 한정 메뉴, 광고 없는 브랜드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긍정적으로 조합된 덕분이다.
어떤 사람은 선물의 브랜드나 이미지와 상관없이 주는 사람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 이디야, 파스쿠찌, 투썸 기프티콘 중 어떤 것을 받고 싶은지 고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에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고 그중에서 스타벅스는 흔히 말하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내가 본 스타벅스 매장의 파트너들은 유독 친절했던 기억이 있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매장마다 고객 응대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스타벅스는 일관된 서비스와 분위기를 제공한다. 국내 스타벅스 전 지점이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브랜드 이미지의 '시작점'
스타벅스의 친절한 고객응대는 브랜드 검증의 첫 포문이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바리스타가 있기 때문에 이후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와 공간의 편안함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벅스의 고객응대가 불친절하다면 어떨까? 아마 그날은 '이 매장이 조금 불친절한 편이네' 하고 좋게 넘어갈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스타벅스 브랜드를 짐짓 멀리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특정 브랜드에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다. 동시에 브랜드를 체험하며 자신이 기대한 이미지와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검증한다. 일치한다면 기존 인식은 더욱 강화되고, 불일치한다면 실망하고 어쩌면 배신감까지 느낄 수도 있다.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들은 고객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결'을 이룬다. 스타벅스를 가고 싶게 만드는 건 어느 곳을 가든 기대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벅스의 관련 이슈 중 인상 깊게 보았던 건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의 출시다. 아직까지는 소비자에게 어색한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매장이 팬층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미지수다. 강남역 역사 내에 위치한 매장을 매번 지나치기만 했는데 다음에 한 번 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