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로
덴마크에 와서 처음으로 놀랐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교통비이다. 북유럽이라 물가가 비쌀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교통비마저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특히 학교와 기숙사가 코펜하겐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서 시내까지 가는데만 편도로 약 한화 7천 원 정도가 나간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는 데에 7천 원이 드는 것이다. 한국에서 거의 무궁화호를 타는 수준이다. 그리고 아직도 어떤 기준인지를 모르겠는데 시간대별로 요금이 다르다. 피크타임에는 교통비가 추가로 나간다. 기숙사에서 학교에 가는 걸 예로 들면 피크타임인 아침에는 18 크로네, 피크타임이 아닐 때에는 14 크로네 정도로 약 4 크로네, 800원 정도가 차이 난다. 우리나라는 첫차를 타면 할인을 해주는데 정말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탈 수밖에 없는 시간에 돈을 더 받다니...
버스비 때문에 초반에는 학교에서 기숙사까지 걸어 다녔다. 무슨 객기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교통비가 아깝다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걷기 운동이 일어나서 다들 편도 한 시간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런데 이것도 정말 못할 일이다. 덴마크 대학의 아침 수업은 8시에 시작하는데 걸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7시에는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는 것.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이렇게 학교를 가거나 회사에 출근하는 등 반복된 곳을 계속해서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덴마크에는 통근티켓이 있다. 존을 지정해서 통근티켓을 사면 무제한으로 버스를 탈 수 있는 것. 2개 존 기준으로 한 달에 450 크로네로 9만 원 정도이다. cpr 넘버가 나오면 personal 교통카드를 만들 수 있고 youth 가격으로 통근 티켓을 살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더 싼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나중에 자전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학교까지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아 굳이 사지 않았다.
덴마크의 대중교통은 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기본요금에서 존이 달라질 때마다 추가로 비용이 늘어나는 식이다. 또 환승을 할 경우 마지막에만 체크아웃을 해주면 된다. 단 체크인은 계속해주어야 한다. 즉, 탈 때마다는 체크인을 하고, 내릴 때 한 번만 체크아웃을 하는 시스템이다. 체크아웃을 잊을 경우 최대 요금인 50 크로네를 지불하게 된다. 처음에 체크아웃하는 걸 까먹어서 몇 번 이 비용이 나갔다. 정말 눈물이 났던..
그래서 자전거를 빌린 뒤로는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아니지만 - 굳이 나누자면 못 타는 편에 속한다 - 덴마크에 왔으면 꼭 자전거를 타야 한다 해서 빌렸다.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다니는 거에 대한 로망도 있어서 고민하다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정말 만족한다! 사실 겨울엔 날씨도 좋지 않고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추워서 봄이 되고 날씨가 좀 풀리고 나서야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교통비도 아끼고 자전거를 타다 보면 기분전환도 돼서 좋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덴마크에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덴마크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는 '산'을 찾을 수가 없다. 또 환경과 관련한 이유도 없지 않아 존재한다. 거의 대부분의 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어 정말 최적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버스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뭔가 진짜 로컬이 된 거 같은 느낌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