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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May 11. 2023

교환학생의 이유

왜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는가

내가 어렸을 때 갑자기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뭔가를 기록하고 쓰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버킷리스트는 당연히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 죽기전에 하고싶은 일이라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매일 바뀌는거 아니겠나. 나의 버킷리스트도 쓸 때마다 그 내용들이 항상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꼭 들어가는 항목이 있었는데 바로 '교환학생 가기' 였다. 사실 왜냐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이래서!'라고 대답할 말은 없다. 


그래도 이유를 찾기 위해 생각해보자면 내가 자립심이 꽤 강한 사람이라서, 역마살이 낀 존재라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님은 맞벌이시라 거의 항상 늦은 시간에 들어오셨다. 특히 내가 어릴 때는 부모님도 젊으실 때라 지금보다 더 바쁘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뭔갈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동생이 있긴 했지만 오히려 내가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라 더 그랬다. 또 고등학교부터 기숙사생활을 해와서 이제는 집을 떠나있는게 익숙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은 꽤 여행을 자주 다녔다. 여름이나 겨울에 휴가를 받으면 꼭 어딘가로 놀러 가곤 했다. 부모님이 여행을 좋아하시기도 하고 우리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싶으셨던거 같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진 것 같지만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나에게 있어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꽤나 익숙한 일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면 긴 여행의 일환으로 교환에 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내가 어릴적부터 교환학생을 원했던 이유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었고 이를 실행해 옮기기로 한건 반쯤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새내기를 지나 듣는 전공과목들은 하루하루 수업을 따라가고 과제를 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휴학 대신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또 더 나중에 가자니 그때 다시 고민하며 이것저것 재고 따지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오랜 꿈이었던 교환, 기왕 할거 지금 지르자는 마음에 교환을 신청했다. 교환을 고민하는 사람 중에서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기가 꼬인다 등의 걱정을 하는 분들이 보이기도 하는것 같다. 나도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만 할 수 있는것'은 하고 싶은 것이라면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또 나의 세상에서는 취업이나 스펙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교환학생을 통해서 뭔가 나의 세계가 넓어지지 않을까를 기대했다.


사실 이 모든걸 다 차치하고라도 결국은 나의 이런 결심에 대해 응원해주고 지원해준 부모님이 정말 감사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항상 이런 류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도전해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부모님의 덕이다. 이야기가 살짝 옆으로 샜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체험하면서 합법적으로 쉬고 싶은 마음에 교환을 오게 되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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