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나약함을 인정하는데 있어 가장 최적화된 기능아닐까? 우리가 기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에너지가 방전되어 다 소모되는 기계들 처럼 우리의 에너지도 여력도 한계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 인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이 지나쳤을 때, 중독이 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 많은 중독이 의존의 폐해라는 생각이든다. 다만 지나치지지 않게, 중도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에 몰두하여 너무 그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것들에 가지를 뻗어 놓듯, 사랑을 심고 애정을 심으며 의존을 하는게 좋은 것 같다. 어찌보면 '의존대상'은 삶의 불가피한 수단이지만 수단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나라는 나무에 주고싶은 물과 비와 바람과 빛'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한때의 나는 굉장히 많은 것들에 기대지 않았다. 그래서 탈이나곤 했다. 의지하지 않고, 의지하지 못하는 것이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약하면 안되' 라고 생각했고, '누구에게도 기댈 필요없어. 그냥 나는 이대로 꿋꿋이 혼자 서있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다.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큰 구멍이 나 터진 타이어 처럼 너덜너덜 가지도 못한채 멈춰버렸었나보다. 지금 힘들어서 무엇에든 그게 사물이든 사람이든 행위든 무엇에 기대고 싶다면 지치지 않게 기댈 필요만큼은 기대보라고 하고싶다.
가까운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 좋아하는 무엇에 의지한다는 것, 그것 마저도 인간다움이자,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이지 사물이 아니기에 괜찮다. 그래서 신께서 우리를 사람으로 지으셨다고 생각한다. 신이 우리를 완벽한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혹은 기괴하지만 힘이 넘치는 괴물로 지으셨다면 얼마나 세상이 정없고 인간미 없는 판으로 뒤죽박죽이겠는가?
의존이라는게 꼭 나쁜게 아닌 것 같다. 우리는 각자 '기댈 곳'이 필요한 나약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괜찮다, 무엇에든 기대고 싶은 우리. 살아있음을 이로써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