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지는 일기장 안에서

by 숨고

낡아지는 일기장 안에서

나는 언제나 아파해야 했고

더 단단해지려 애써야 했다


그 시간 속에 다시 들어가

나를 밀어 넣고는

왜 그때 그래야만 했을까

고뇌할 때면 그래야 했던 이유를 찾아야만

숨을 깊이 내 쉴 수 있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그 일을 아파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느꼈던 건

당시가 아닌

훗날의 나였으니


낡아지는 일기장 안에서 나는 언제나

바보같이 후회하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날 다그쳤다


깊고 깊은 시간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그 속에서 더 세게 나를 끌어안으려

부단히 애를 썼고


그 노력이 결국은 상처를 터트려

그 날의 나를 결말처럼 증발시켰으니


나는 나로서

그제야 살아 숨 쉬었다


그 아픔은 결국 터질 듯이 끌어안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피하지 않아야 했단 걸

뒤늦게서야 알았다


상처는 안아봐야 결국은 터져서 날아간다

터져서 사라지고 또 살아진다

그래야 상처는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