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같은 핑계

by 숨고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주정 같은 말을 하게되는 날. 취하지도 마시지도 않은 술을 핑계로 넋을 놓고는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그런 날. 그날에 나를, 그런 밤의 나를. 나는 꼭 안아주지도 못한 채 기운 없는 낯을 띄는 날. 나의 글은 시일까. 수필일까 어질어질 어지럽히던 당신이라는 사람이 주던 마음은 또 수년, 수십 년이 지나가려나 보다. 아 그립다. 당신 말고 그저 그때의 나. 그대 곁에 서 웃던 수줍은 나. 그저 그뿐이니. 읽으려나 언젠간 한 소절이라도 읽혀지려나. 아무나말고 당신의 눈에서 읽혀지는 시가 되려나.






살다 보면 언젠가는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주저리 또 이야길 해보네요


당신을 추억하려 한 장을 또 적어냅니다

사는 게 그런 게 뭐 그런 거라던데


언제면 당신을 잊어내고

잊어낸 마음까지 다 마시고

그렇게 후련히 홀연히 살아가지려나요


바다가 당신의 품이라면

덮칠 파도가 나를 에워싼데도

그 파도마저 나는 따뜻하다 느낄 텐데 말이에요


오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핑계 같은 주정처럼

그렇게 당신을 향한 마음으로부터의 중력이

제게는 또 오고 있어요


아무 말도 되덜 않는 그런 사그라들지 않는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마음을 또 뒤엉켜내곤

작은 벌레 한 마리가 하필이면 또 네 번째 발가락 끝을 물어버려서


음 그래서

또 그렇게

불이 파도가 바람이 날 덮어서

언제쯤이면 당신 생각에 울먹이다 잠들지 않을 날이 오려나

묻고 싶은 밤입니다.

이전 01화낮은 달과 같은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