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카의 태몽,
그 음식을 먹던 시절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군밤

by 숨고

이르다면 이른 계절, 아직은 군밤의 계절이 아님에도 불고하고 어느덧 이렇게 자라난 동생의 첫 아이, 나의 첫 조카를 볼 때면 군밤이 생각나곤 한다. 첫 아이의 태몽은 생뚱맞게도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시어머니의 전화로부터 임신초기에 아주버님께서 밤이 우수수 떨어지는 꿈을 꾸셨다고 하여서 그렇게 '군밤 여러 알'이 되어버렸다. 태몽은 예로부터 작고 여러 개가 있으면 딸 꿈, 큰 것 하나나 두 개 정도가 있으면 아들꿈이라고들 하고. 과일이나 꽃이 대부분 딸꿈이라고들 해석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내 주변에는 아들임에도 예쁘장한 과일 큰 것 한두 개를 받는 꿈, 굴러 들어오는 꿈 등을 꾼 지인도 많은 것 같다.


군밤을 저렇게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먹던 6년 전쯤의 가을에는 코로나 시국 직전 가을이었는데. 사실 군밤은 그 시절보다 훨씬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아빠가 어릴 때 사다 주던 그 흰 종이봉투에 알알이 들어있는 기계로 까여 알만 먹기 좋게 구워져 나온 길거리 음식이었는데, 그걸 먹던 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아빠는 퇴근길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고는 돌아오는 발걸음에 혼자 먹은 것이 이내 걸려 이런 간식거릴 종종 사다 주시곤 하셨는데. 이제야 그게 아빠의 사랑이라는 것을 상기하고는 한다.




아빠와 나는 밤을 너무 좋아해서 한 소쿠리를 삶아놓고는 밤 먹을 때가 되어서 끼니를 거르고 먹기도 하였는데, 잘 체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너무 많이 수저로 파서 먹곤 해서 체하기도 많이 했던 음식이었다. 아빠는 '너무 좋아해도 탈이 난다. 천천히 먹어야 해.' 라며 식탐이 많은 나를 가르쳐 주시곤 하셨다. 지금은 그 말에서 우리네 사랑도 그러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음식에 대한사랑, 직업, 돈, 물질, 사람 모든 게 너무 사랑하면 탈이 난다. 또 천천히 사랑하고 천천히 가야 체하지 않는다. 급할수록 빨리 부르고 빨리 소화시켜 내야만 탈을 면하기에 포만감이 금방 꺼진다. 사랑도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태몽이야기를 하다가 아빠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내다 보니 이런 생각들을 적어낸다. 사람도 삶도 너무 급하지 않게 천천히 느끼고 천천히 바라보며 천천히 좋아하자. 급한 것은 아빠말대로 체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음식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내고 먹는 행위는 단순해 보이지만 어쩌면 삶을 살아내는 것의 이치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내고 정성스레 음미하며 천천히 먹어 소화시키듯. 그렇게 삶을 정성스레 꾸려내고 음미하는 것을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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