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인연으로부터 남아있는 생채기가 유독 잘 보이는 상대를 만난 적이 있다. 뾰족뾰족 이것은 싫고 이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점이라며 강조하는 모습들. 작고 사소한 말에도 날이 선 모습으로 대답하던 장면들이 그러하다. 당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그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처가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만큼 넉넉하게 그 사람의 사정을 부단히 애써 끌어안아야 하고, 채워지지 않을 줄 알지만 마음의 샘물을 계속 부어줘야 한다. 그래도 나는 지치지 않고 당신이라면 언제고 곁을 내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언젠가라는 시기가 눈 앞에 다가와 우리는 헤어졌다. 이유없는 헤어짐과 최선을 다한 마음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는 명백한 이유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시 그 때로 돌아간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물이 닳고 닳아 더 이상 샘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한동안 누구에게도 줄 것이 없어 멈춰있더라도 그럴 것이다. 상처를 안아 준 내 품이 그립지 않아도 괜찮고 그리워도 이젠 숨을 다한 사랑이니 여기서 그만인 것을 안다. 사랑이 지나고 떠나간 자리에서 상처로부터 그대가 내게 보여줬던 모습은 누구보다 사랑이었고 그 마저 사랑스러웠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우린 모두 서로에게 솔직해서 사랑다웠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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