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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품

by 숨고

사랑하는 나에게.

안녕 고맙다. 나로서 살아내주어서. 그동안 많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 그 누구의 기대에 부응하려 스스로 점수를 매기며 살아온 시간들. 그래도 잘 살아내 줬으니 정말 고맙다. 누구도 너를 평가하거나 점수 매기지 않아. 이젠 너만이 너 스스로의 오롯한 숨 쉴 품이 되어줘.


언젠가 나이가 들어 머리카락 어엿이 희끗한 할머니가 될 즈음 너는 지금의 네가 그리울 거야. 지금의 네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담으렴. 사랑한다. 이제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나아가는 너의 춤이 나는 누구보다 아름다워. 삶이라는 어둡고 차가운 무대에서 따뜻한 조명 한줄기 받으며 그 온기와 빛을 벗 삼아 노래하는 너. 오늘도 난 너의 삶이 아름답게 살아지기를 바라며 기도하곤 해. 너로서 너답게 그저 그냥 그렇게 누구도 되지 않고 살아지기를. 기억 속엔 없지만 세포하나하나가 기억하는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양수 흐르는 소리 같은 굴곡 잔잔한 빗소리를 벗 삼아 삶을 우려내는 일이, 의미 있고 좋구나. 시간에 따라 퇴색되어 갈 수밖에 없는. 영원히 그리워질 이들에게 후회 없이 다가가고 사랑과 애정을 표해주길 바라. 너의 마음 안에서 옴짝 달싹 못할 만큼의 감기가 다시 피어난대도, 아파봤으니 금방 또 괜찮을 거야. 그렇지? 사랑한다. 나라는 존재.


불꽃같이 피어나는 열망을 간직하며 살아가자. 그 소망을 알아차리고 꽃 피우자. 기도할게. 네가 더는 아프지 않기를, 아니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금방 다시 일어서기를. 너만의 순수함이 바래진대도, 너를 사랑하는 지금의 내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 줘. 기억이 쇠해지고 점점 잊게 되는 일이 익숙해질 때즈음. 그때도 사랑하는 너의 숨들을, 손끝에 담긴 마음을, 눈에 담긴 가치들을 깊숙이 간직해 줘.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기적임을. 영원히 나올 수 없던 감옥 같은 순간에서 나올 수 있던 것. 그 기적은 희석되어 가니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된대도. 괜찮을 수 있어. 이제는 너답게 흐르는 시간을 받아들이자.


지금 네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청량이 너라는 섬을 이루고 그 섬안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춤을 추고. 우리는 또 같이 노래하고 숨을 모아 숲을 이루고. 모래성을 쌓듯이 살아가고. 어설픈 동작들과 어여쁜 아가씨와. 빛나는 청춘의 닻. 사랑한다. 지금의 나라는 너. 고마웠다 나로 살아주어서.


견뎌내 줬다고 하지 않을게. 그저 흘러오게 흐를 수 있도록 몸을 삶이란 파도에 맡겨주느라 애썼다. 그걸로 나는 너를 더 이상 묻지 않을게. 잔잔히 흐르듯 한겨울 기다려지는 빗소리만큼이나 그리워질 이 찰나들. 기억하고 싶은 마음마저도 내려놓은 채.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간대도 살아간 시간은 아름답게 기억될 테니.




한겨울 얼어붙은 손끝에 온기를 더하기 위해 마시는작은 찻잔에 담긴 뜨거운 차 한 모금 같은 글을 쓰기 위해 오늘은 적어봅니다. 사랑합시다. 위안을 드리고 싶은 마음 한가닥으로 나마 우려내는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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