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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19. 2024

진정한 국뽕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0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팔 번째



20대 초반만 해도 세계사는 좋아했으나 한국사를 비교적 좋아하지는 않았다. 맨날 당하고 또 당하는 역사에 만주 벌판을 넘어 확장한 소위 국뽕이 차오를만한 광개토대왕 서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세계사보다 흥미가 떨어졌었다. 붕당이니 반정이니 노론이니 서론이니, 정치 파벌 다툼에 대한 조선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했던 지라 너무 노잼이었다. 절대 조광조가 같은 조 씨라 옹호하는게 아닌....(읍읍)



여하튼 결국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도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고 민족의식이나 자긍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들이 대부분 단발성 사건들이었기 때문에 한국사는 재미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웬걸? 시간이 지나자 현실정치? 아니면 현재 시사에 대해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화두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그토록 바라던 평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 말이냐면 역사에 등장하는 어떤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대부분 국가와 사회에 미칠만한 큰 사건인데 그런 점이 한국사에 많지가 않고 스펙타클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그때 당시로는 굉장히 평화롭게 살아갔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후손들이나 "땅 좀 더 넓히지", "왜 맨날 우리나라는 당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건 없는 잔잔한 역사의 흐름은 국가 구성원의 대부분이던 백성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민중사, 영웅사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역사를 한 인물 혹은 그때 당시 국가나 단체의 현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겪었던 직간접적 사건들로 이랬구나 저랬구나라고 판단한다. 로마를 바라볼 때 제국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멸망과정까지를 황제나 원로원, 귀족들을 제외하고 일반 백성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라티푼디움 이야기 빼곤 없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바라볼 때도 흔히 초한지나 삼국지를 인물 중심으로 파악하지 혼란한 정국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판단한 적이 있던가? 일반적으로 그렇게 바라보는 관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관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긴 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군중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역사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닌 이끌리는 입장이었기에 때문에 영향력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끌고 서술되기 마련이다.


돌아와서 이제 보니 조선 왕조 500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히 자긍심을 느낄만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저기 옆 동네 중국에서는 가장 길었던 청나라가 3백 몇 년이었는데 신라나 고려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지는 통일 국가 체제는 외부의 침입이나 혼란했던 왕조 말기를 제외하고는 대단히 안정적인 나라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우리는 확장이 아닌 내부에서 서로 간의 정치 다툼이 상당하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합해서 만주벌판으로 나아가던지 더 큰 나라가 되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는 쉬운데 만약 그런 시각을 역대 왕들이 들었다면 아주 기특한 백성의 후손들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왕이나 신하들 간의 정치적 다툼이 잦거나 자기들끼리의 리그는 어떻게 보면 백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더라면 국가의 존망이 달린 수많은 전쟁사나 격동기와 비교해 본다면 거의 태평성대 수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높게 평가할만한 것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정말 박수칠만한 부분은 바로 기록을 철저히 했다는 점이다. 


이는 후대 자료로써 당시 역사를 알게 해주는 보물을 넘어 500년 동안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통치의 빅데이터, 정보의 요람이었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정도전의 정신처럼 백성들을 위한 왕국을 불완전하더라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세계사를 찾아봐도 이런 평화로운 나라가 어디 있냐라는 말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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