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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Oct 13. 2023

월요병과 일요일

월요병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일요일만 되면 가슴이 쿵쾅거릴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 업무는 과중하지 않았다. 신입에게 어느 회사가 막중한 책임을 떠맡길까. 나는 입사 10개월 만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 회사를 나왔다. 나오기 직전 고위급 임원까지 있던 회식 자리에 술 한잔의 용기를 내어 나를 왜 그렇게 싫어하시냐고 괴롭힌 당사자에게 물었다. 그는 매우 당황한 눈초리였다. 손사래 치며 무슨 소리냐고 말한 그였지만 나의 상황을 알고 있던 동료들의 무언의 눈빛에 그는 더 우스갯소리로 넘겨 버렸다. 결국 사과는 못 받았지만 그렇게 마지막 할 말은 하고 나와 속이 조금 시원했다.    

  

6년 직장 생활 끝에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사주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덧 상담 3개월 차 역학인이 되었다. 남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회사 생활도 그때 괴롭힘 시절을 제외하고는 나름 괜찮은 사회생활을 했었다. 퇴사한 지 5년이 지난 회사 사람들과도 분기마다 술 한잔을 부딪치니까 말이다.     


혼자 일을 시작했고 휴무도 따로 없는 역학인이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가끔 괴롭힘 당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를 몸이 아는지 신체화 증상으로 심장이 르게 다. 10년이 다 되어 이제는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 몇 개월의 스트레스가 내 인생에 각인이 될 줄 몰랐다. 어디서도 당하지 않은 인신공격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자 어른에게 당한 건 처음이니까. 직급이 부장이라 다른 평직원들이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안다 그래도 같은 팀 직속 과장님이 미웠다. 선임 대리님도 원망스러웠다. 어떻게든 그의 비위를 맞추면서 잘 보이려 하는 조직에 환멸을 느꼈다.     


입사 3개월 차부터 월요병을 심하게 앓았다. 일요일 밤만 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져서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불안한 생각들로 채우는 일요일 밤이 지나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평일 내내 좋지 않은 컨디션이 악순환되었다. 그러다 한 번씩 꽂히는 공격을 받는 날이면 그다음 주 월요일은 출근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입사 9개월 차가 되니 월요일 조퇴도 하게 되었다. 한순간도 부장과 같은 공간에 있기 어려웠다. 일은 일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망가져 갔다.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나로 인해 우리 팀 일을 선임이 커버해야 하니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이미 두 차례 퇴사한다고 사수에게 말했기에 더는 붙잡지 않았다.      


© yoyoqua, 출처 Unsplash


이제는 그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요일만 되면 그때의 아픔이 살아나 회사를 다니지 않고 혼자 일하고 있는데도 월요일 아침은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방법을 취했는데도 정상 월요일로 되돌아오는 게 어려웠다.      


일요일 회복 프로젝트가 절실했다. 과하지도, 너무 무기력하지도 않도록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방법이 일요일에 하는 요가였다. 나는 과격한 운동은 좋아하지 않고 잔잔한 걷기나 요가를 즐겨하는 편이다. 평일 주 3회 요가 클래스를 다니고 있는 중에 일요일 특강반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가원 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터 글씨 ‘일요일’에 꽂혀 바로 등록해 버렸다. 그 악몽 같은 일요일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었던 무의식이 발동한 것이었다.     


일요일 초저녁인 7시 30분에 100분 동안 요가가 진행되었다. 다른 음악도 없이 사람들 숨소리 리듬에 맞춰 수행하는 손끝 발끝 동작이 나의 일요일 악몽과 월요병을 모두 날려 버리는 행위로 느껴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렇다고 매번 일요일 요가 특강을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정도 투자를 했으니 그때 느낌을 토대로 혼자서 해보리고 했다. 요가원에서 진행했던 저녁 7시 30분 그 시간에 집 거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유튜브 요가 플로우를 재생하여 나만의 요가를 해나가는 중이다.     


© kat_vagary, 출처 Unsplash


물론 요가가 어려운 날도 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침대 머리맡에 엎드려 책을 읽는 방법을 택했다. 최대한 심장이 요동치는 일은 피하기 위해 일요일 저녁 시간만큼은 OTT나 SNS는 멀리하고 있다. 약속도 일요일에는 절대 잡지 않는다. 남편과의 데이트도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한다. 일요일은 저녁도 점심 겸 저녁으로 일찍 먹고 내가 정한 시간에서 나만의 활동을 수행한다. 요가와 독서 같이 고요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월요병을 극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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