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여부를 떠나 10년 이상 노력한 분야가 있는가?
나는 32년간 살면서 10년 이상 노력한 분야가 있을까? 없을 것 같지만 있다.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분야라 생각한다. 바로 ‘연애’이다. 무슨 연애를 10년 이상 노력한 분야라며 비웃을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연애가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마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10년 이상 노력한 분야가 연애라고 어떻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지?
첫 연애는 열다섯 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이후 수능 보고 1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짧고 길게 다수 만나봤고 썸만 탄 상대들까지 떠올려보면... 아 이 글을 남편도 볼 수도 있으니 횟수는 언급하면 안 되겠다(흠 흠). 아무쪼록 스물다섯 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4년 반 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다(다행이다). 그전까지의 연애 경험이 없었다면 내 남자인지 모르고 남편을 그리 오래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결혼도 당연히 못했을 것 같다. 기간은 10년 정도 지만 단순히 기간만 두고 연애 좀 했다고 노력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많이 만났다.
20대 초반에 했던 연애는 조금 미숙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감정이 먼저 앞섰다. 하긴 좋아하는데 이성이고 감성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지만. 워낙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 좋다, 싫다가 명확하여 나 좋다는 사람인데 내가 별로면 바로 OUT 시켰고, 내가 좋아하면 앞뒤 없이 밀당하지 않고 표현했다. 서운하면 서운하다 말하고, 연락이 잘 안 되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연락에 매달렸다. 좋다가 싫증이 난 상대에게는 잠수를 타며 내 마음을 알렸고, 헤어지고 나면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 환승으로 보일 정도로 연애의 속도가 빨랐다. 크고 작은 다툼, 길고 짧은 만남을 하며 나의 20대 초반을 보냈다(그렇다고 연애만 한 것은 아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20대 중반이 되자 지금의 남편이 나타났다. 학교 후배였던 그와는 같은 수업을 몇 번 들어 얼굴과 연락처만 알고 있을 뿐 ‘약간’의 친분만 있었다. 군대 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존재를 잊고 지내다가 2014년 초여름에 그의 안부가 궁금했다. 왜 그때 갑자기 그의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으로 그의 페이스북을 들어가 봤다. 계정이 살아 있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잘 지내냐는 쪽지를 보냈다. 보낸 지 1분도 안됐는데 답장이 왔고 우리는 바로 통화까지 하게 되었다(그가 전화했다!). 전화한 김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말출 휴가로 나온 나를 만났고 그가 다시 복귀할 때는 나와 연애를 시작한 뒤였다. 그 이후 4년 넘게 만남이 지속되었고 20대 끝자락에 청혼받아 결혼을 했다. 이렇게 내 연애는 열아홉 살 때부터 꾸준히, 쉬지 않고 진행되다가 스물아홉에 막을 내린 것이다(절대 아쉽지 않다!).
그렇다면 연애에 어떤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은 20대 때 많이 만나려는 노력을 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했다. 30대에는 20대에 비해 늙고 안 예쁠 것 같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은 남자들을 만나보자였다. 애초에 이런 목적의식으로 만난 것은 아닌데 연애를 그냥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본능이다. 소유욕이 강한 나는 내 사람, 내 남자를 항상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많이 만나려는 방법은 딱히 없다. 만나려고 하면 되는 것이다. 호감 가고 관심 있으면 먼저 연락하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섰다. 먼저 연락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부끄럽지 않았다. 자존심은 있지만 연락으로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연락해서 반응이 괜찮으면 만났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접었다. 여자가 먼저 연락해서까지 만나야겠나 싶지만 나는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선택해서 만나는 게 좋았다. 나의 ‘눈’을 믿었기에 나름 검증된 남자라고 생각했다. 즉 아무나 만나지 않기 위해 내가 연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락을 먼저 하면 들이댄다는 느낌보다는 본인이 연락받은 걸 생각보다 좋아한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이상 먼저 연락 오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이후 계속 연락하면서 만나는 것까지 끌고 오는 게 중요하다. 일단은 만나봐야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고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괜찮은 상대가 없으면 동아리나 스터디 모임에서 찾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했다.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두고 볼 수 있으며 같이 활동하면서 내 매력도 비출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학생 광고 연합 동아리, 경제 학술 동아리, 맛집 탐방 동아리들을 하며 숫자만 다루는 회계 전공이었던 나는 마케팅, 경제학도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자기 계발도 하고 남자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가만히 있으면 나를 알아줄 수 없으며 괜찮은 남자는 더더욱 만날 수가 없다. 짧게 만나면 2~3개월, 3개월이 지나면 1년 정도는 연애했다. 신기하게도 지금의 남편과는 4년 반 동안 연애했다. 진짜 내 남자를 10년 노력 끝에 찾은 것이다.
10년 연애 경험, 나는 연애를 잘하는 건가?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글쎄 연애를 잘한다고까지 말은 못 하겠다. 사랑에 빠지면 연애 잘하는 방법, 그런 게 무슨 소용일까? 대신에 많이 만나보고 사람에 대해 겪어보는 게 사람 보는 눈, 남자 보는 눈, 그리고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인생에 있어 내 사람, 내 남자 찾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나랑 통하면서 괜찮은 내 사람은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찾아 나서야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확신까지 들 정도로 찾는 건 쉽지 않지만 다수의 연애 경험이 그 확신을 강화시켰다.
연애는 남들보다 잘하고 말고 가 없다. 하지만 ‘내 연애’에 있어서는 누구나 스스로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 연애는 ‘나’가 깔려있다. ‘나’를 잘 알면 내 장점을 이용해 내 매력을 어필하여 상대를 끌어당길 수 있다. 그리고 다수의 연애는 그동안에 몰랐던 ‘나’를 알게 하고 나에게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 내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연애 고수’가 될 수 있다.
2021년 올해 3월, 10년 동안 해 와서 그런지, 그나마 잘 아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연애’를 주제로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전체적으로 경험한 것 위주로 써 내려갔지만 기본적으로 깔린 바탕이 있다.
첫째, 무조건 많이 만나자.
둘째,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
셋째, 많이 만나야 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즉 기본적으로 만나자이다. 그 만남을 위한 방법들을 썼고 만나서 이제 어떻게 할 건지, 어떻게 유지할 건지, 그리고 결혼까지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담았다. 어쨌든 만나야 뭐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주요 관점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던가?
한 분야에 10년 이상 노력하면 그 분야만큼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말할 수 있다. 10년 연애 노력 끝에 내 남자를 찾았고 그걸 이용해 책도 냈다. 이 정도면 노력한 분야에 있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 자체도 성공이지만 책도 냈으니 말이다. 20대, 공부도 많이 하고 취업도 열심히 했는데 연애는 더욱 치열하게 했다. 어쨌든 노력해서 잘 산 것에 결실이라 믿는다.
앞으로의 10년을 이제 준비 중이다. 한 분야의 10년 결실은 반드시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정말 ‘꾸준함’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그 꾸준함을 알기에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또 다른 분야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과거 10년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다시 꿈꾸고, 재정비하는 오늘이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