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적이 많은가, 진 적이 많은가?
이 질문에는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진 적이 당연히 많다! 지금 ‘당연히’를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자랑이다. 과거에는 재수, 공무원, 세무사 시험공부를 할 때 나와의 싸움에서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를 했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나와의 싸움에서 질까?
애초에 지는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나는 끝까지 나와 싸우지 않았을까? 오히려 싸움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고로 나와의 싸움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해 준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시간 낭비, 돈 낭비하면서까지 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나’가 중요하지 않았다. 항상 부모님 의견, 지인 의견, 주변 사람 시선이 더 중요했다. 대학과 진로를 정하는 등 모두 나의 선택이었지만 의견은 나의 의견이 아니었다. 어쨌든 사회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런 공부도 잘되면 다행이지만 어정쩡하게 시작하고 어정쩡하게 끝내어 직장도 커리어도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면서까지 수행하지 않았다. 성격은 확실한 걸 좋아하면서도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게 내가 나 자신을 초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애매함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한 가지 실패 이유가 또 있다고 생각했다. 시작과 도전은 잘하는데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도 잘 몰랐는데 남편이 알려주기를, 끝을 아는 드라마는 끝까지 잘 안 본다고 한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서일까? 아니면 끝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그런데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엄청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스토리, 대사, 상황, 배우들 표정까지 다 알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대학 다닐 때는 광고 공모전에 다수 참가하여 기획서나 영상 작품을 제출하는 것도 끝까지 해내어 수상도 했다. 잠시나마 그 열정 덕분에 전공을 내팽개치고 광고 마케팅으로 진로를 바꾸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최근 출간한 책의 원고도 회사 다니면서 잠도 포기하며 초고를 마감기한보다 빠르게 마무리했다.
결론이 나왔다. 나는 좋아하는 일만 수행해야 끝까지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제 이유는 알았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요즘 나와의 싸움은 어떤가?
매일매일이 나와의 싸움이다. 다만 싸움이 크지는 않고 잔잔한 티격태격 정도 하고 있다. 매일 새벽 4시, 미라클 모닝 기상을 전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성공하고 있다. 타임스탬프 앱으로 시간을 기록하여 블로그에 감사일기로 업로드하고 있다. 가끔 시간이 조금 벗어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난다. 새벽 기상의 즐거움과 고요한 새벽에 혼자만의 시간을 느끼며 글 쓰는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가 되어 습관에 거의 자리 잡았다.
미라클 모닝과 함께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 글을 연재하는 것도 나와의 싸움이다. 나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가는 것,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고 싶어 이 시간을 미라클 모닝 다음으로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나를 만나고 있어 반갑기도 하고 ‘이런 생각도 한단 말이야?’ 당혹스럽기도 하다. 신선한 매력을 느껴 행복하게 수행 중이다.
어릴 때부터 명리학에 관심이 많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요새 재밌는 책과 글쓰기가 너무 좋아 좋아하는 것에도 편식을 하다 보니 조금 소홀해졌다. 하루 3강씩 듣기로 한 강의 소식이 점점 뜸해진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오늘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다음 달에 동양학과 입학 원서를 넣기로 했는데 다시 채찍질을 하며 정신을 차린다.
요즘 가장 힘들게 하는 '나'와의 싸움은 운동이다. 5년 동안의 사무직, 그리고 내키지 않았던 공부를 하는 동안 허리와 골반이 10년 넘게 무리를 했다. 30대에 들어선 이후로 통증을 느꼈고 이후 골반근육과 전신운동을 위해 실내 사이클을 매일 한 시간씩 타고 있다. 막상 하면 상쾌한데 사이클 위로 올라가기까지가 나와의 싸움 중에 가장 전쟁이다. 주말에는 그 전쟁에서 거의 패배한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나와의 싸움보다는 직장, 직장동료, 그냥 나를 제외한 모두와의 싸움이었다. ‘나’와의 싸움은 거의 없었다. 어쩌면 그 싸움을 피하고 싶어 퇴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퇴사하고 나서는 모든 게 ‘나’와의 싸움이 되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고 스스로가 선택한 삶에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내 몫이 돼버렸다. ‘나’와의 싸움에서 느낀 것은 이 싸움에서는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서 내가 도망간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용기가 없을 것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부모님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오직 ‘나’뿐이다. 나와의 싸움을 매일 하며 사는 인생, 평생 내가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나’와의 싸움에서 지면 반성을 하고, 이기면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앞으로는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많아 반성보다 성취감을 더 느끼며 살아갈 날이 많기를 ‘나’에게 바란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