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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의 의미

브런치북 연재 후 느낀 점

by 다인

남해살이가 끝나자마자 브런치 스토리에 <무작정 남해살이>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였다. 최근에 10화를 올렸고 마지막화 연재를 앞두고 있다.


다음 모바일에 노출되더니 요즘 뜨는 브런치북 5위에 한번 올랐다.


작년에 남편과의 이야기를 브런치북 연재를 시도했다가 도중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닥쳐서 글을 쓰는 것보다 시간과 여유를 두고 수정을 거듭해야 업로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차까지 기획했음에도 주 1회 연재를 하지 못하였다. 내 의지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여러 상황이 겹쳐 수정 못한 글을 올릴 수가 없어 달랑 3화를 끝으로 중단시켰다.


나 같은 경우 원고 쓰는 걸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지, 글 쓰는 방식은 어떤지 등 파악하지 못한 채로 책을 출간하였다(지금 읽어보면 다시 전량 회수하고 싶을 지경이다). 어떻게 보면 남들과는 '반대로' 글쓰기를 시작한 셈이다. 보통은 글을 쓰다가 책을 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오히려 책을 낸 이후에는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다. 책은 냈는데? 글은 쓰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을 겪은 것이다.


그래도 원고 쓸 때 느꼈던 글쓰기의 희열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에세이 강의를 등록하였고 드라마 작가 교육원에도 감히 발을 들였다. 이런 글, 저런 글 쓰면서 3년 정도 흘렀다.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부족하지만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또 어떤 글의 유형은 재능이 없는지, 그리고 내 문체는 어떤지 등 글 성향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매일 글쓰기 모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도 받으며 심지어 글감까지 얻는다. 내 성격상 글을 매일 업로드(오픈)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모임 회원들로부터 '매일 쓰기' 방법을 배웠다. 모임 회원 한 분, 한 분이 글쓰기의 스승이 되어 주었다.


나는 하나의 목표가 정해지면 그것만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다(필자의 직업은 역학인인데 사주도 그렇다). 이게 글쓰기에도 적용되었다. 일상에서 얻은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써서 특정 카테고리에 넣는 게 아닌, 주제 하나 정해서 목차를 기획한 뒤 글을 쓰는 '기획 글쓰기'방식이 내게 잘 맞았다. 주제 하나에서 가지 치는 식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글은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명확하였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하지 못하는(여러 카테고리를 나누지 못하여) 성향이 글 쓰는 방식에서도 반영된 것이다.


<무작정 남해살이> 브런치북이 끝나면 이어서 다음 브런치북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에 쪼들려 글을 쓰지 못하는 성향이기에 16편 정도의 초고를 준비하였다. 해당 글을 수정 업로드하면 출판사에 투고도 해볼 예정이다. 꼭 출간하겠다는 것보다는 과정에서의 글공부와 지금 내 글의 수준을 알기 위함이다. 브런치북은 그런 의미에서 내 성향과 잘 맞는 '기획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데 좋은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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