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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글쓰기

올해 글쓰기 어떠셨나요?

by 다인

올해만큼 정신이 나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쓴 글의 양도 다른 해보다 많았다. 아마 글쓰기로 도피하듯이 마음을 잡았던 거겠지? 펜이나 노트북이 없었더라면 나의 상태는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쓰기에 매진하였다.


연초부터 사무실 공사와 논문 때문에 정신이 진짜 나가버렸다.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감사하게도 상반기부터 사주 상담 건수도 늘어 더 정신이 없었다. 논문 수정 작업 때문에 상담을 보름 정도 쉬기까지 하였다. 도무지 다 쳐낼 재량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면 포기했을 듯) 간신히 멘털을 부여잡기 위해 중간중간 '정신 이상증' 일기를 썼다.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일기장을 열어보면 휘날리는 지렁이 글씨가 그 당시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논문 심사가 끝난 후 7~8월에 남해와 부산살이를 하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바람 쐬러 바다를 보러 갔는데 그 순간 마음이 잠잠해져 내린 결정이었다. 그저 평온해지고 싶었다. 그때 바쁜 일이 끝나서 오로지 본업(사주상담)에만 충실할 수 있었다. 가서는 펜을 놓지 못하였다. 남해에서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남해살이에 관하여 글을 썼다. 이후 부산에서는 퇴사했던 직장 생활에 관한 글을 썼다. 그렇게 브런치북 2개를 완성시켰다.



마음속에 있는 걸 꺼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 정신이었다. 과거 하루하루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다고 보는데, 현재의 내가 힘들다면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여겼다. 도망치듯이 퇴사한 회사가 여럿이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동안 가슴속에 묵혀만 두었다. 퇴사한 이유는 명확하였지만 그때 그게 맞았는지 '제대로' 마주해야 될 것 같았다. 과거의 불행 때문에 지금 심경이 복잡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본래 사람은 평온할 땐 문제가 없지만, 힘든 상황이 겹치면 진짜 본인의 한계치가 나온다. 현재의 불행이 과거와 연관 있는지, 과거를 또 반복하고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는 눈물 쏟듯 글을 쏟아 내었다.



다행히 쓰면 쓸수록, 쓴 글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평온을 조금씩 되찾았다. 어쩌면 쓰나미 같은 일들이 끝나서 평화로워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면서 그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쓰면서 버텼다고 보는 게 맞겠다. 쓰지 않고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지금은 그때 정신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으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는 특히 글쓰기라는 무기를 제대로 써본 것 같다. 2024년의 글쓰기는 정신 연명의 글쓰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기도 장착했겠다, 사용법도 알겠다, 다가올 2025년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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