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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Oct 18. 2024

눈물이 빛으로 변하는 순간

동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사연

며칠 전에 동생 놈이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 16 프로 맥스를 선물로 주었다. 생일이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생일 선물이라고 말이다. 원래 동생은 아이폰 15를 쓰고 있는데 내가 핸드폰 바꿀 때가 되었다고 하자, 본인이 아이폰 16으로 바꿀 건데 자기가 쓰던 거 주면 나보고 쓸 거냐고 물었다. 이게 웬 횡재냐, 당연히 나는 콜을 하였다.


내 핸드폰은 만 4년이 넘은 갤럭시 노트 20이다. 보통 폰을 사면 3~4년 정도 쓰는 것 같다. 줄곧 갤럭시 시리즈만 이용하였다. 한 번 아이폰을 12년 전에 써봤는데(그때도 동생이 군대 가서 쓰던 폰을 내가 사용했다) 작동 방식이 어렵고 나와 잘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꽉 끼는 원피스를 입은 느낌이었다.


갤럭시 노트가 향후 나오지 않는다는 걸 들었을 때 최대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 정도 쓰자 배터리도 빨리 닳고 5G임에도 네트워크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디자인도 요즘 것에 비해 구형의 느낌이라 슬슬 질려가려고 할 때 동생이 제안을 한 것이다.


10월 초 어느 평일 오전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촉이 왔다. 그때가 딱 아이폰 16 사전 구매가 진행하여 슬슬 받아볼 수 있는 시점이었다. 신형 핸드폰을 사고 구형을 이제 나한테 넘겨주는구나..! 싶었는데


"누나, 아이폰 16 한번 써볼 테야?"

"너 것 15 아니야?"


"그냥 나 쓰던 거 주기 그래서. 이참에 새로 사주고 싶어서"

"가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뭘 또 그렇게까지.."


큰돈 써야 하는 동생에게 미안해서 한번 튕기는 척을 하자 동생이 마음 바뀌기 전에 Yes or No를 답하라고 하였다.


"주시면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아니야, 누나. 나 누나한테 고마운 거 많아, 그리고 누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딱 말할게"


"...?"

"누나 그때 나 포기하지 않고 살려줘서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다. 순간  머릿속에서 10년 전 '그 일'이 떠올랐다. 동생이 한꺼번에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심하게 우울하여 있어서는 안 될 무서운 소동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당시 충격이 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셨다. 유일하게 나만 정신을 차려 경찰에 신고하고 핸드폰 위치추적으로 동생을 끝까지 쫓았다. 제발 나쁜 선택만은 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다행히 동생은 정신을 차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시간이 동생의 우울을 옅어지게 만든 건지 지금은 정상적으로 직업도 갖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얘가 사람 구실을 하고 살지 걱정이 많았는데 잘 견디고 극복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되려 고맙다고 하니 나는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야..! 고맙긴! 당연하지! 입장 바꿔서 내가 그랬다면 너도 그랬을 거야. 누나는 지금 바랄 게 없어. 지금처럼만 잘 살아주면 돼"


며칠 뒤 선물이 새벽배송으로 도착하였다.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하였지만 막상 받아보니 지극히 바라고 있었다. 평소 물욕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여겼는데 포장을 뜯어보니 핸드폰에서 빛이 났다. 눈물이 빛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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