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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Jan 09. 2022

미라클 모닝은 개나 줄 뻔하고..

글쓰기 근육은 근 손실이 날 뻔했다

작년 11월에 마음먹고 시작한 미라클 모닝이 12월에는 반기를 들었다. 주 1회 쉬는 걸 원칙으로 하여 30일 중 스물네 번의 성공으로 11월 미라클 모닝을 마무리 지었다. 마무리를 지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걸 보니 현재의 미라클 모닝은 알만하지 않은가?


12월에는 1/2 정도밖에 미라클 모닝을 수행하지 못했다. 11월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성적이다. 특히 전공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부터는 고삐가 풀렸다. 게다가 12월 중순에 끝난 시험이 연말 모임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되었다. 고생했다고 스스로를 방치하여 쉬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마침 2개월 등록해둔 필라테스도 끝나서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누가 그래?) 쉬어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 버릇이 언제나 그랬듯이 발동하였다.


편한 일상이 이어지고 컨디션도 좋아서 이런 생각도 들더라. 나는 ‘꾸준한 인간형’이 아니라 ‘프로젝트 인간형’이 아닌가?

공모전을 하거나 직장에서 업무 처리했을 때를 떠올리면, 기간을 정해두고 끝마치는 프로젝트 방식을 잘 수행했던 것 같다. 길어봤자 3개월 준비하는 자격증은 척척 잘 땄는데 수험 기간이 긴 시험들은 늘 실패했다. 그럴 때마다 적성이 맞지 않다고, 좋아하는 일이 역시 아니어서 끈기가 안 생긴 거라며 여기저기 핑계를 대며 도피처를 찾아다녔다.

이렇게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생각하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한 생각까지 미쳤다.


‘미라클 모닝 개나 줘 버려!’

(갑자기 분노? 짜증? 포기?)

‘과연 꾸준함만이 답일까?’

(그럼 뭐가 답인데?)

‘나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모양, 이 꼬락서니 아니니?)


대개 인간은 편한 방식을 추구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내가 딱 그짝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울 때는 다 해낼 것처럼 기고만장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변명거리를 늘어놓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한 방법일까 만을 고민한다. 계획 세울 때의 포부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수행하지 못한 원인을 나름 찾아봤다. 결론은 루틴으로 잡아놓은 게 너무 많았다. 기존에는 영어 회화 유튜브, 독서, 명리학 복습, 긍정 확언, 감사일기로 두 시간을 넘는 과정이었다. 할 게 너무 많아 마음이 부담되어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 싶어 루틴을 바꾸기로 했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덜하고 진짜 나를 위하고,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말이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라도 일찍 일어나지 않을까? (정말?)


1월 6일부터 (1월 1일부터는 또 아니네?) 5시에 기상하여 10분 명상을 하고, 15분 골반 요가를 한다. 그리고 하루 계획을 짜고 긍정 확언과 감사일기를 쓴다. 이 정도 하면 기상부터 1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아침을 먹고(밥을 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밥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괜찮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걸로 나 자신과 다시 합의를 했다. 아직까지는 잘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4일 밖에 안 했어..)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이런 생각도 하면 안 돼!


어쨌든 미라클 모닝 루틴을 새로 잡아서 수행 중에 있다.(아직은 수련이 맞다고 본다)




요새 글 쓰는 습관도 큰 고민거리다. 습관을 들인다고 매일 글쓰기를 선언! 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해.. 실력을 쌓아야겠어’

(그러니까 써야 한다고!)

‘쓸 소재가 부족해’

(그러니까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를 마음속에서 외치며 드문드문 글을 쓰며 습관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원고 쓰는 것처럼 기획을 하고 목차를 정해서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면 매일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획만 몇 날 며칠 보냈다. 그러다 어제 자기 전에 읽은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서 팩트 방망이로 온몸을 두들겨 맞을 문구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나만 두들겨 맞을 수 없으니 아래에 적어 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 네 시에 일어나 약 다섯 시간 정도 원고를 씁니다. 그가 하루에 정한 양은 200자 원고지 20매. 쓸 이야기가 없어도 이 분량만큼은 반드시 채우고, 더 쓸 수 있어도 20매를 완성하면 미련 없이 손을 뗍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아침 여덟 시에 책상에 앉아 정오까지 소설을 쓰지요. 그건데 그간 쓰던 소설을 열한 시에 완성하면 어떻게 할까요? 정오까지 다른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스티븐 킹 역시 규칙적으로 쓰는 타입의 작가입니다.


자 이제 팩트 폭행 시작이다.


이렇게 글쓰기 습관을 체화하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게 됩니다.
위대한 작가들도 이렇게 성실히 글쓰기에 임하는데, 작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흑.. 가슴이 후벼 파였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모두에게 선언하였는데..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래서 지금 기획이고 뭐고,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키보드에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개판일 테지만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써 보면서 나도 많은 작가님들이 말하는 글쓰기 근육이라는 걸 키워볼 작정이다.


아마 내가 기획을 하고 글을 쓰려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글쓰기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님을 알면서도 쓸 소재가 없으면 잘 앉아 있던 무거운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린다. 매일 운동해서 몸에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그래 PT 해봐서 알잖아..) 글쓰기도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일단 무지막지하게 해 봐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근육 펌핑 운동을 했듯이, 글쓰기도 많은 생각을 뇌리에 담지 말고 일단은 한글을 켜서 이것저것 타이핑이라도 쳐보자.


쓰다 보면 ‘써야겠네’라는 마음보다 자연스레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그날까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시는 분들, 글쓰기 근육을 키우시는 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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