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1픽을 원하는데 나는 3픽이라니

인생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닌데

by 다언

보통 면접을 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최근 성과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건 무엇인가요?”
또는 “남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점은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외워둔 것처럼 대답을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깊어진다. 꼭 내가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물론 나도 일을 하면서 숫자를 만들고 성과를 냈다. 기사 게재율을 높이고, 신문의 지면을 얻어 내고, 기자들의 전화를 매끄럽게 받고, 말 몇 줄로 기업의 위기를 덮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스스로가 부풀려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주변을 맡았던 것 같다. 주연을 도와 흐름을 만들고, 놓치는 부분을 정리하고, 조용히 뒤에서 맥락을 맞춰 주는 역할.


광고 카피는 클라이언트가 쓴 것처럼 보이고, 보도자료 속 관계자 메시지는 대표의 말처럼 들리게 하고.

그렇게 쓴 글들은 내 이름 없이 나갔고,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지만 그게 서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오래 남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반짝이는 것보다 천천히, 묵직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세상이 1픽을 원하는 사이, 나는 내가 계속 3픽으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왔다. 그 자리가 편했고, 내 속도에 맞았고, 나라는 사람의 방식과 닮아 있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내 모습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대신 너무 조용하다는 평을 듣고, 묵묵하게 버텼다는 이야기는 도전이 부족했다는 말로 바뀐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이 사회는 3픽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일까?


동시에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정해진 정답 없이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도, 빛나지 않더라도 성실하게 존재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젠가 3픽이 단지 선택지의 하나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딱 나 같은 사람’을 의미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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