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과 전설 사이의 한 발
인성초등학교의 봄바람은 따스했지만, 운동장에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쉬는 시간, 형준, 규만, 우덕 세 악동은 골대 앞에서 축구공을 굴리고 있었다.
“봐봐. 공 옆면을 이 각도로 때리면 진짜 레알 마드리드 스카우트되는 거야!”
형준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규만에게 ‘프리킥 철학’을 전수하고 있었다.
“오... 그래도 좀 위험하진 않나?”
규만은 어딘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지만, 형준은 킬킬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야~ 어차피 연습이야. 골대 보고 쏘는 거지. 누굴 맞히겠냐~”
그 순간, 골문 앞의 우덕이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스탠드 구석, 햇살을 등지고 앉아 있는 나래와 수빈.
수빈은 이마를 짚고 있었고, 나래는 《루비코의 연인》을 펼친 채 조용히 읽고 있었다.
“가자.”
형준이 규만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전쟁처럼.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왜 전설인지 보여주겠어.”
축구공은 하늘을 가르며 곡선을 그렸고,
정확히 수빈의 이마를 가격했다.
“꺄악!!”
수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마를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래는 놀란 채 손을 뻗었다.
규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형준을 바라봤다.
"야... 진짜 갔어. 대포알 같은데, 정말.”
형준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네 차례야. 감아 차기로.”
규만은 말없이 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슛!
공은 낮고 빠르게 감기며 휘어졌고,
… 나래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명중했다.
“앗…!”
나래는 루비코 책을 껴안은 채 뒤로 넘어졌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한순간 조용해진 운동장.
형준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진짜 감았어. 거의 베컴이다.”
우덕은 골대 앞에서 박수를 치며 외쳤다.
“베컴 같았어! 감았어! 미쳤다!”
규만은 조용히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냥 게임보다 재밌는데.”
스탠드에선 울음소리가 작게 이어졌고,
운동장은 다시 평소처럼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똑똑히,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게 될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