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7화 멋도 없고, 웃기지도 않아

장난이라는 이름의 폭력

by 동룡

“괘, 괜찮아…?”
지수가 가장 먼저 달려갔다. 지수는 수빈의 등을 다독이며 나래에게 다가갔다.

“책은 내가 주워줄게. 괜찮아, 진짜 괜찮아.”

수빈은 울먹이며 말했다.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는데… 계속…”

나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책을 꼭 껴안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누군가가 한 걸음, 또 한 걸음.
운동화 끄트머리가 운동장 먼지를 가르며, 바람이 불 듯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김민지.

그녀는 조용히 형준, 규만, 우덕 앞에 섰다. 입을 열기 전, 잠시 지수를 스쳐봤다.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민지는 단호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네, 지금 멋있다고 생각해?”


세 사람은 민지의 말에 움찔했지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덕이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뭐 어때. 그냥 공 찬 거였고… 실수였고…”

민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실수는 한 번이지. 근데 너희는 지금… 그냥 재미로 맞히고, 재미로 웃고 있는 거잖아.”

형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민지는 더 가까이 다가와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말했다.
“그럼 장난이면… 너도 누가 공으로 머리 맞히면 웃을 수 있어야지. 아니면 장난 아니지. 그냥 남 괴롭히는 거잖아.”

형준의 입가가 슬며시 굳었다.

“형준. 너 운동 잘하잖아. 애들보다 빠르고 힘도 세고. 근데 그런 걸로 누굴 울리면… 멋있는 게 아니라 그냥 무서운 애야. 너 그런 애 아니잖아.”

형준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내렸다.


“규만. 너 게임 진짜 좋아하잖아. 근데 게임에서 막 부수는 거 말고, 뭐 지키거나… 소중히 하는 것도 있잖아. 그런 건 안 해봤어?”

그 순간, 규만의 손에 쥐어진 PSP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민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다.

‘지키거나, 소중히 하는 거… 그런 건 안 해봤어?’

그 말이 단순한 꾸지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가 진심으로 실망했다는 걸 느꼈다.
규만은 입술을 꼭 깨물며 PSP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PSP는 조용했지만, 규만의 머릿속은 얼어붙은 게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 민지가 나한테… 실망했어…?’
그 어떤 버그보다도 충격적이었다.

민지는 마지막으로 우덕을 향해 말했다.


“우덕아. 넌 좀… 비겁해 보여. 먼저 웃고, 먼저 숨을 것 같아. 장사나 돈 얘기하는 거, 솔직히 재밌을 수도 있지. 근데 멋이 있어야지. 지금 너, 그냥 얄밉고 얍삽해 보여.”

셋 다 말이 없었다.

민지는 그들을 지나쳐 울고 있는 수빈과 나래 옆에 조용히 앉았다.

“괜찮아. 이제부터는… 절대 너희 혼자 안 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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