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척했지만, 아무도 진짜 웃지 않았다
며칠이 흘렀다. 운동장 사건 이후, 교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더 이상 수빈과 나래를 향해 공을 차는 일은 없었다. 책상 위에 쪽지가 없었고, 누군가가 지우개를 일부러 던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진짜 조용해진 건 행동뿐이었다. 시선과 공기,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형준, 규만, 우덕 세 사람은 이전처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수빈과 나래가 가까이 오면, 눈에 띄게 표정이 굳었다.
운동장 한쪽 구석, 형준은 정연과 함께 축구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슛 들어간다~ 드리블~ 드리블~”
형준은 발재간을 부리며 정연 앞에서 공을 휘저었고, 정연은 잽싸게 발을 뻗어 공을 뺏으려 했다.
“야, 너 반칙이야~”
“룰 없어. 여기 무법지대야.”
둘은 웃으며 공을 서로 뺏고 차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장난을 쳤다. 정연은 형준에게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진짜 운동밖에 모르지?”
“야,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고~”
그러던 중, 수빈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형준아… 아까 교과서…”
형준은 공을 멈추고 수빈을 쳐다봤다.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 뭐? 어쩌라고.”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공을 툭 차며 정연 쪽으로 돌아섰다. 수빈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정연도 말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공은 형준의 발밑에서 다시 구르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더 이상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한편, 규만은 책상에 엎드려 PSP를 꺼내지도 않았다. 케이스는 여전히 손에 쥐고 있었지만,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민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지키는 거, 아끼는 거… 그런 건 게임 안 해봤어?’
게임 속 캐릭터처럼 움직이던 규만은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조용했고, 가끔 창밖만 멍하니 바라봤다.
우덕은 여전히 ‘돈’이라는 키워드에 매달려 있었다.
“야, 이것 봐. 학교 앞 문방구에서 150원짜리 빵 사잖아? 안에 스티커 있거든? 그거 4장 모아서 애들한테 팔면 500원 받아~”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진짜 대박 아이디어야. 버릴 것도 없고, 망할 걱정도 없어. 학교 안에서만 하면 선생님한테도 안 걸리고! 완전 꿀장사!”
형준은 슬쩍 웃었지만, 규만은 고개를 돌렸다.
우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었다.
“야, 이나래 루비코 좋아하잖아. 루비코 스티커 따로 빼서 걔한테 200원에 팔면 딱이야! 감성 장사야 감성!”
교실은 다시 평온한 척했지만, 그 안에 남은 균열은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틈을 조심조심 걸으며, 웃지도 못하고 말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