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화 철권 챔피언십의 전설

참가비 500원, 추억은 무제한

by 동룡

학교 근처, 오래된 문방구 옆 좁은 오락실.

두 대뿐인 고전 오락기 앞에서 우덕은 손을 비비며 속삭였다.

“그래… 이거야…”
‘철권 태그 1’과 ‘킹 오브 파이터즈 2002’.

모니터는 흔들리고 조이스틱은 삐걱거리지만, 이 동네 최고의 보물이었다.

“여기서 대회 열면... 한 판에 500원씩만 받아도… 완전 황금알이야!”

우덕은 종이에 대회 참가표를 적기 시작했다.

「철권 챔피언십 – 우승자는 문방구 인기 간식 세트」

“이건 진짜다. 학교 밖이고 불법도 아냐. 정당한 승부, 정당한 상품.”


오후가 되자, 우덕은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야, 규만아. 너 철권 진짜 잘하잖아. 선수로 나와라. 그냥 대회판 깔아줄게.”


규만은 PSP를 꺼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
“… 조건 있어.”

“뭔데?”

“민지가 이거 모르게 해.”

우덕은 씩 웃었다.

“그 정도는 해줘야지. 철권은 무대 위 싸움이지, 감정싸움 아니니까. 오케이!”

그날부터 규만은 연전연승 신화를 써나간다.

한 번도 지지 않는 전설의 초등학생 파이터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늘도 규만이 이겼대!” “진짜 인간 콤보라니까?”라며 들떴고,

오락기는 언제나 대기줄이 늘어섰다.


다음은 형준이었다.

“형준아. 너 운동 잘하는 건 알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운동보단 싸움 잘하잖아.”

형준은 눈썹을 한 번 찡그리고 되물었다.

“그래서?”

“애들이 줄 안 서고 새치기하고 싸우려고 그래.
네가 앞에서 지키면 그게 바로 보안팀이자 심판이지.
딱 서 있으면 아무도 말 안 해. 넌 존재 자체가 규칙이야.”

형준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뭐… 골목대장 느낌이지.”


그렇게 철권 챔피언십은 정식 개막했다.

참가비는 500원, 우승자는 문방구 인기 간식 세트를 받았다.

수익은 반으로 나누기로 했고, 우덕은 '경기 운영 총괄'을 맡았다.

규만은 매 경기 완벽한 연승을 거두며 무패 신화를 이어갔다.

형준은 그 앞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했고,
아이들은 대회를 보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성곤.
하굣길, 세 사람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야... 너네 지금... 진짜 뭐 하는 거냐?”

우덕은 눈썹을 찡긋 올렸고, 형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규만은 조이스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성곤아, 넌 그냥 성곤이 해.”


성곤은 허탈하게 웃었다.

“인성초등학교... 인성은… 어디 갔냐…”

하지만 이미 게임은 시작됐고,
누군가는 줄을 서고, 누군가는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그 사이, 누군가는 여전히 멈춰 선 채, 이 흐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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