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0화 서우덕 게이트

문방구 뒤엔 회계팀이 있었다

by 동룡

문방구 옆 좁은 오락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교실보다 여기가 더 붐볐다.

“자~ 오늘도 철권 태그 1, 경기 시작합니다!”

우덕은 주판 대신 작은 수첩을 펴고, 오늘의 경기 일정을 정리했다.
형준은 문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입장 통제. 말썽 피우는 애들 퇴출. 깡패 경호원처럼.

오락기 앞에서는 규만이 묵묵히 조이스틱을 잡고 있었다. 고개는 숙였지만 손놀림은 신들렸다.

그가 이길 때마다 우덕의 수첩은 두께가 늘어났다.

“성공했어... 우린 성공한 거야...”

형준은 최근 슬램덩크 전권 세트를 플라스틱 커버까지 씌워 교실에 들고 왔다.
한정판이었고, 아직도 우유 냄새가 남아 있던 1권을 깔끔하게 대체했다.

규만은 잃어버렸던 PSP 게임들을 하나하나 다시 샀다.

‘철권’, ‘DJ맥스’, ‘캐슬바니아’… 다 있었다. 심지어 아직 뜯지도 않은 밀봉도 몇 개.

그리고 우덕은 그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

“이제는 그냥 경기만으론 돈 버는 데 한계야.”
그는 형준과 규만을 불러 속삭였다.

“돈… 빌려주자.”

“뭐?”
“오락기 근처에 대기소 차려서 돈 없는 애들한테 빌려주는 거야. 게임하려면 돈 필요하잖아.
이자? 일단 20%. 내일 갚으면 10%로 깎아주고.”

“야… 이건 거의…”

“그렇지. 이건 사업이 아니야. 금융 혁신이야.”

그렇게 우덕은 ‘오락기 기반 단기 고금리 사금융’ 시스템을 열었다.
수첩엔 이제 누가 얼마 빌려갔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그날 오후. 한 아이가 장난 삼아 장부 이야기를 교실에서 떠벌렸고,
그 소문은 공기청정기 바람처럼 선생님들 귀로 흘러들어 갔다.

다음 날
학교 전체에 깔린 확성기 소리.

“1학년 1반 안형준, 정규만, 서우덕.
2반 나대용, 3반 최태호, 4반 김윤기, 5반 이호찬…
전원, 교무실로 오세요.”


“… 올 것이 왔네.”
형준이 중얼거렸고, 우덕은 수첩을 가방 깊숙이 넣으려 했지만 늦었다.

“서우덕! 지금 뭐 숨겼지?”
담임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동시에 교실에 들이닥쳤다.

“이게 뭐야… 장부야? 돈거래 기록?”

“아니요 그건… 음… 동아리 활동일지예요… 약간… 회계 느낌으로…”

“교무실로 따라와.”

그렇게 총 7명의 간부급 인원은 모두 교무실로 연행됐다.
교실 복도엔 누군가 ‘서우덕 게이트’라 이름 붙인 쪽지가 돌기 시작했고,

성곤은 복도를 멍하니 서서 바라봤다.

“… 얘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자…”

하지만 이미, 친구들의 정신은 돈에 팔려 있었고
다음 종이 울릴 때까지 교무실 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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