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1화 때로는 빠따가 약이다

빠따보다 아픈 건 그녀의 눈빛이었다

by 동룡

교무실 앞 복도.

양옆 벽에 초등학교 1학년답지 않은 '범죄조직 간부진'이 나란히 줄 서 있었다.
앞에는 낡은 나무 빠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묻는다. 진짜 장난이었냐?”

교감 선생님의 물음에, 열 명의 눈동자가 서로를 의심하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냥… 친구들끼리… 게임한 건데요…”

“돈은 모은 거지… 이익 보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압수된 장부에는
이자율, 수금 내역, ‘돈 갚는 날’ 스케줄, 기록 정리 양식까지.
학교 행정실 선생님도 감탄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됐고. 전부 복도에 엎드려.”


뻐억!

첫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이호찬!”
“최태호!”

하나씩 이름이 불리고, 하나씩 빠따가 날아갔다.

“서우덕!”

파악!
“이 씨… 아씨… 씨… 진짜…”
우덕은 반성은커녕 욕을 꾹 삼키며 빠따를 맞았다.
맞고 나서도 무릎이 휘청이며 중얼거렸다.

“장부만… 장부만 다시 찾으면…”

“안형준!”

퍽!


형준은 가만히 엎드린 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오히려 당황했다.

“야, 너 진짜 안 아프냐?”
“… 예.”
“반성은 하냐?”
“…글쎄요…”

빠따보다 강한 멘탈.
형준은 맞는 순간에도 미동 하나 없었다.

“정규만!”
규만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복도 반대편, 교실 문 근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민지의 눈빛이었다.

말도, 표정도 없었지만… 그건 분명 실망이었다.

규만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빠따보다 그 시선이 더 쓰라렸다.
마음이 따끔하게 후벼 파였다.

교실로 돌아온 규만에게 성곤이 다가왔다.
태연과 지수도 함께였다.

“규만아…”
“이젠… 그냥 우리 초등학생처럼 살자.”
“이제 더는 이런 거 하지 말고…”

규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형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슬램덩크 만화책을 꺼냈다.
코팅까지 되어 있는 만화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연이 옆으로 와 툭 치며 말했다.


“야, 슬램덩크 좋아하더니 진짜 네가 덩크 맞았네~”
형준은 씩 웃으며 말했다.

“책으로만 배워야 했는데… 몸으로 배워버렸네.”
“아 진짜, 그만 좀 사고 치고 살아, 형준아~ 내가 너 걱정돼서 그래.”

찐친의 잔소리는, 묘하게 따뜻했다.
한편, 우덕은 가방에서 다시 수첩을 꺼내려다
성곤의 눈빛과 마주치자 조용히 넣었다.

교실은 조용했다.
진짜, 오랜만에 조용했다.
그 평화가 언제까지일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초등학생답게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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