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2화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요?

바른생활이라 쓰고, 폭로전이라 읽는다

by 동룡

“자, 오늘은 바른생활 수업이에요. 이번 단원은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요’입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에 교실엔 조용한 웃음이 퍼졌다.
크게 웃는 아이는 없었지만, ‘이걸 우리가 듣는다고?’ 하는 묘한 분위기.
지난 일주일, 누구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던 1반이었다.

“교과서 32쪽. 실생활에서 용서를 하지 못한 사례를 발표해 봅시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어색하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조용히 손을 든 아이가 있었다. 김민지.

“민지야, 발표해 볼래?”
민지는 천천히 일어섰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교실 전체를 가득 울릴 만큼 단단했다.


“… 며칠 전,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교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모든 시선이, 움직임이 그녀에게 쏠렸다.

“서우덕, 안형준, 정규만.
세 명이 나래랑 수빈이를 괴롭혔어요.
운동장에서 공으로 맞추기도 했고, 놀리기도 했고…
그걸 보면서도 아무도 제대로 말리지 않았어요.”
교실 한쪽, 규만의 어깨가 움찔했다.
형준은 눈을 피했고, 우덕은 책상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는…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민지는 고개를 숙였다.
담담했지만,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은 척하고, 장난인 척해도…
그걸 계속 기억하는 사람이 꼭 있거든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번엔 조용히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지수.

“선생님, 저도 말할게요.”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지를 바라봤다.


“맞아요. 그 일… 있었어요.
근데… 규만이는 진짜 많이 반성했어요.
그 일 이후로 게임도 안 하고,
쉬는 시간에도 그냥 조용히 책상에만 있고…”

지수는 천천히 말끝을 맺었다.

“그래서 저는… 용서하려고요.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요.”

민지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손.
정연.


“저도요.”

정연은 고개를 들어 형준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형준이는… 말 안 해도 티 나요.
괜히 멋있는 척하는 거 같지만, 사실은 되게 미안해하는 거, 저는 알아요.
혼자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고…”

정연은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냥…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그 순간, 조용한 교실에
툭 튀어나온 목소리 하나.

“… 당할 만하니까 당한 거지…”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태연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야… 또 그런 말 하면 진짜 너만 이상해 보여…”

우덕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입을 다물었다.

담임 선생님은 말없이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을 해준 것 같네요.
정답은 없어요.
중요한 건, 누군가의 잘못 앞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예요.”


수업은 그렇게 끝났지만,
교실 안엔 묘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뉘우쳤고,
누군가는 아직도 어딘가 갇혀 있었으며,
누군가는… 여전히 장부의 빈칸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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