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는 이제 그만, 날 위해 뛰어줘
형준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얼굴이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옆에서 우덕은 특유의 욕망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속삭였다.
“야, 형준아. 너 진짜 운동부 가면... 팀매치로 토토 돌리는 거야. 그리고 말이야, 승부조작도 가능하지~ 일부러 져주면 배당 터진다! 그걸로 돈 버는 거지!! 크크...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그 순간, 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형준을 바라봤다.
“안형준. 너, 그런 짓 하면 진짜... 나랑 영영 못 본다? 승부욕 많은 네가 그런 짓 할 거 같진 않지만, 진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만 해 봐. 끝이야. 알았어?”
형준은 움찔했지만 대꾸하지 못했다.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때 교실문이 쾅! 하고 열리며 규만이 뛰어들어왔다.
“얘들아!!! 전국 초등학생 스타크래프트 대회 열린대!!! 이건 기회야!!!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민지가 나랑 결혼을 으악!”
그의 외침은 민지의 리버샷 한 방으로 종결됐다.
“너 헛소리하지 마라”
정연은 민지에게 손뼉을 치며 말한다.
“오~ 완벽했어. 타이밍, 각도, 임팩트 모두 100점 만점이야!”
그 사이 조용히 형준 곁에 다가온 태연이 진지하게 말했다.
“형준아. 넌 강백호처럼 될 수도 있어. 피지컬 좋고, 승부욕 있고... 운동 좋아하잖아.”
형준은 작게 중얼였다.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건 다르잖아... 이게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
그 말에 정연이 확고한 눈빛으로 다가섰다.
“형준아, 인생은 선택이야.
계속 불량배처럼 살래? 아니면 죽어라 노력해서 멋진 스포츠 스타가 될래?
강백호가 처음 농구한 이유 기억나? 채소연 때문에 뛰었잖아.
너도 나 위해서 한번 뛰어봐. 날 불량배 여친으로 만들 생각 아니면.”
형준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빛이 바뀌어 있었다.
“… 그래. 해보자고.”
그 순간, 대용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얼굴은 들떠 있었고 손엔 신청서가 들려 있었다.
“나도!! 결심했어!! 나도 해볼래!! 스포츠 스타가 되면 돈을 쓸어 담을 거 아냐!! 그럼 지수가 나를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지수는 곧바로 대용을 향해 소리쳤다.
“그놈의 돈!!!! 내가 너한테 마음 여는 게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하... 진짜... 아직도 몰라!?”
대용은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장면을 조용히 보던 예린이 창가에 기대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후후... 이 학교는 조용해질 날이 없겠네. 다른 의미로.”
형준과 대용은 농구부 신청서를 품에 안고 한영을 찾아 달려갔다.
“형!! 저희도 들어갈게요!! 농구부!!”
한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드디어 유망주 둘이 들어왔군. 이번 여름 대회는 못 나가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겨울엔 꼭 같이 뛰자.
방학 시작과 동시에 훈련 들어간다. 그전까진 실컷 놀아. 훈련 시작하면 진짜 얄짤없다.”
형준과 대용은 동시에 외쳤다.
“넵!!!”
형준은 그제야 궁금했던 걸 꺼냈다.
“근데요 형... 그... 승연이 누나랑 무슨 사이예요?
형 정도 되는 사람이 갑자기 딱 등장한 거 보면... 뭔가 있는 거 아닌가 해서...
혹시 남친여친이에요?”
한영은 살짝 씁쓸하게 웃었다.
“그건... 비밀이야.
형준이 너는 뭐... ‘정연이 바보’라는 얘기 들었고... 대용 넌 어때?”
대용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저요? 나쁘지 않아요! 아직은 공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고 있어요!”
한영은 하늘을 한번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래... 너희라도 잘돼야지.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