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의 대가, 웃음과 수치로 돌아오다
카즈야 회장의 응접실은 정적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 걸린 일본도가 형준과 다나카의 뒷덜미를 겨누는 듯 날카롭게 빛났다.
“이런 모지리 같은 놈들!!!
15명도 안 되는 놈들을 200명이서 못 잡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목소리가 천장을 울릴 때마다 형준과 다나카의 고개는 더 깊이 숙여졌다.
형준의 허리엔 피로 얼룩진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고, 다나카의 왼쪽 눈은 퉁퉁 부어올랐다.
“네놈들이 한 천황폐하 주최 무술대회 우승 기록을 말해 봐라.”
다나카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검도 5회, 유도 4회입니다...”
형준이 이를 악물고 이어받았다.
“검도 3회, 가라테 2회입니다...”
“그 우승이 의미하는 게 뭔지 아느냐?”
둘은 대답을 망설였다.
형준이 낮게 말했다.
“작게는 카즈야 가문, 크게는 대일본제국과 천황폐하를 대표한다는 뜻…입니다.”
순간, 카즈야 회장이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도자기 화병을 집어던지자, 형준의 귀 옆에서 ‘쨍그랑’ 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깨진 조각이 형준의 붕대를 스치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걸 아는 놈들이!!!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처참하게 깨져??!!!
사람들은 이제 너희를 제국의 수치로 기억할 것이다!”
다나카가 울먹이며 말했다.
“할복으로 사죄하겠습니다…”
“할복? 그건 명예가 있는 놈들이 하는 거다!
당장 국방헌금부터 찾아와라. 그다음에 죽든가 말든가!”
카즈야 회장은 부하를 향해 물었다.
“제국 경찰 경호를 맡았던 서우덕은 어딨 느냐?”
부하가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
“서장도를 쫓다… 똥통에 빠졌습니다.”
“못난 놈들끼리 기가 막히게 모였구나!! 한심한 놈들!!”
한편 경찰서장실
문이 벌컥 열리자마자 우덕이 끌려왔다.
서장은 책상을 ‘쾅’ 치며 소리쳤다.
“저격수 넷까지 붙여줬더니, 넌 똥통에 빠져??”
우덕이 고개를 들자, 서장의 발이 날아왔다.
복부에 날아 차기를 맞은 우덕은 책상 위에 엎어지며 서류더미를 전부 쓸어버렸다.
“아주 네놈이 제국 경찰 명예를 똥통에 쳐 박는구나!!”
우덕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서장의 주먹이 한 번 더 날아왔다.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우덕은 그대로 주저앉아 헛웃음을 흘렸다.
그 시각, 인쇄소
검은 잉크 냄새가 진하게 퍼졌다.
쇠바퀴가 돌아가며 종이가 줄줄이 뽑혀 나온다.
〈똥통에 빠진 제국 경찰〉
〈일본 대표 사무라이를 둘이나 잡은 영웅 이태한〉
〈고자가 된 매국노 이대용〉
신문은 바로 거리로 뿌려졌고, 그 활자들은 일본의 심장을 찌르는 단검처럼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