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야 회장의 최악의 하루

피로 물든 잔치와 씻을 수 없는 수치

by 동룡

카즈야 회장의 생일날 아침.
저택 주변 시장은 이미 제국경찰의 통제 아래 있었다.
우덕은 경호에 방해가 된다며, 죄 없는 조선 상인들의 좌판을 발로 차며 쫓아냈다.

“비켜! 오늘은 회장님 생신이다! 여기 있는 거 전부 치워!”
상인들의 울음이 터졌지만, 우덕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점심 무렵, 회장의 집 앞에는 인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그중엔 ‘매국노 중의 매국노’ 이대용도 있었다.

형준은 의례적인 미소로 맞았다.
“이런 훌륭한 애국지사께서도 와주시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러자 한 행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애국지사 좋아하네… 나라 팔고 동포 팔아먹은 놈이 무슨 애국지사야.”


그 말이 형준 귀에 들어왔다.
형준의 표정이 싸늘해지고, 목검으로 무자비하게 행인을 폭행한다.
행인은 신음도 못하고 쓰러졌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태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회장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 안, 태백은 카즈야 회장과 악수를 나눴다.
“국방헌금을 무려 10만 엔이나 내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카즈야는 흐뭇하게 웃었다.
“제국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이, 서장도는 복도 끝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움직였다.
장식장 안에서 도톰한 헌금 봉투를 발견하자, 눈빛이 번뜩였다.

마당 한편에서, 다나카의 시선이 한 수행원의 손바닥에 멈췄다.
“손 좀 펴보게.”
이태한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저는 운전수인데요.”
다나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형준, 이리 와서 확인해 봐. 뭔가 이상해. 누가 봐도 칼잡이 손인데 이거?”

형준은 얼굴을 보자마자 칼을 뽑았다.
“이 자식…! 이태한이다!!! 잡아!!!”

다나카는 제국경찰 저격수를 부르려 했지만,
그 대신 나타난 건 그 저격수를 쓰러뜨린 결사대 대원들이었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총성과 칼부림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사무라이들이 회장과 나루미, 칸나를 보호하려는 순간, 서장도의 외침이 울렸다.


“우리는 조선청년 독립 결사대다! 이 10만 엔은 대한의 독립을 위해 쓸 것이다!
대한 독립 만세!!!”


정신없는 순간 태백은 권총을 꺼내 이대용을 겨눴다.
“나라를 지켜야 할 조정대신이라는 놈이, 앞장서서 나라를 팔고 동포를 팔았다!
네 죗값을 여기서 받는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형준의 칼이 태백의 허리를 스쳤다.
그러나 총성은 이미 울렸고, 탄환은 이대용의… 영 좋지 않은 곳을 꿰뚫었다.

“내가… 고자라니!!!”
이대용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앞으로 사내구실도 못 하겠구나!!”
그 비명은 잠시 전장의 공기를 멎게 만들었다.

서장도는 지붕을 타고 도망쳤고, 우덕이 뒤를 쫓았다.
기왓장이 부서지고 총알이 스쳤다.
그러다 우덕의 발이 헛디뎌 허공을 가르더니
쿵! 하고 떨어진다.
근데 하필이면 떨어진 곳이 똥통이었다...


마당 한가운데선 다나카가 이태한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태한에게 이단 옆차기를 맞은 그는 연못으로 빠졌다.
형준이 자리를 이어받아 이태한과 칼을 맞부딪쳤지만,
격렬한 공방 끝에 복부를 찔려 주저앉았다.

이태한은 남은 사무라이들을 쓰러뜨리고 담을 넘어 사라졌다.

200명의 사무라이와 제국경찰은 결사대가 빼앗은 저격총 앞에서 꼼짝 못 했다.
시장 상인들과 조선인들이 몸으로 결사대를 지키며 방어선을 만들었고,
태백과 이태한, 서장도는 무사히 빠져나갔다.


딱 한 명만 붙잡히고 국방헌금과 함께 모두 빠져나간 것이다.

성곤과 기자들은 셔터를 누르며 모든 장면을 기록했다.
그날 저녁, 카즈야 회장의 생일 연회와 국방헌금 기부식은 시작조차 못 하고 끝났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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