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꺾이지 않는다
〈똥통에 빠진 제국 경찰〉
〈일본 대표 사무라이 둘이나 잡은 이태한〉
〈고자가 된 이대용〉
활자 하나하나가 형준과 우덕의 심장을 후벼 팠다.
붉어진 귀끝, 굳어버린 턱. 두 사람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덕은 이를 갈며 곤봉을 들었다.
“반드시 잡는다. 잡아서 싹 다 죽일 거다.”
형준은 허리에 감았던 붕대를 풀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이 기사 쓴 놈이든, 이딴 수모 준 놈이든… 잡히면 끝장이야.”
이를 갈며 방에서 나오는 형준은 다나카와 마주 섰다.
“이태한? 어제 보니 꽤 강하더군.”
“강하지. 왕을 지키는 근위대장 집안 출신이야. 그 집안에서 장군도 여럿 나왔지.”
다나카는 검을 뽑으며 미소 지었다.
“조선 검술 할 줄 알지? 나랑 맞춰보자.”
형준은 칼을 뽑고 바로 쇳소리가 울렸다.
칼끝이 열 번쯤 부딪히자 다나카는 숨을 내쉬었다.
“검법 차이가 아니네. 그놈 칼이 훨씬 무거워.”
형준은 아무 말 없이 칼을 넣고 종로 경찰서로 향했다.
가는 길, 형준의 귀에는 날카로운 목소리들이 꽂혔다.
“봤냐? 그 잘난 형준, 어제 이태신한테 탈탈 털린 거.”
“일본 대표 사무라이라고? 역시 이태한은 못 이기네?”
“사실 쟤보다 더 위인건 다나카 그놈인데 그놈도 탈탈 털렸다지?”
형준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종로 경찰서 고문실.
결사대원은 의자에 묶여 있었다. 얼굴과 옷은 이미 피로 얼룩졌다.
우덕이 천천히 다가갔다.
“마지막 기회다. 어디서 온 놈인지, 누구랑 연결됐는지 말해라.”
결사대원은 씩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
우덕은 곤봉을 들어 사정없이 내리쳤다.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피가 튀었다.
결사대원의 눈이 잠시 흐려졌지만, 곧 다시 또렷해졌다.
우덕은 숨을 몰아쉬며 쇠로 된 발톱을 끼운 발목 고정기를 꺼냈다.
“넌 오늘 발로 걷는 마지막 날을 보게 될 거다.”
무쇠 발톱이 발목을 죄자, 고통에 신음이 터졌다.
그러나 결사대원은 입을 다문 채, 피 섞인 침을 바닥에 뱉었다.
우덕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어디 더 맞아봐라. 혀가 있으면 결국 불게 돼 있어.”
결사대원은 피투성이 얼굴로 우덕을 노려봤다.
“나는… 너처럼 내 나라를 파는 놈이 아니다.”
그 단호한 목소리에, 방 안 공기가 묵직해졌다.
우덕의 손이 다시 곤봉을 움켜쥐었다.
형준이 도착했을 때, 우덕은 피 묻은 셔츠를 갈아입고 있었다.
“열심히 패긴 했는데… 걔는 진짜 모르거나, 알아도 안 불 거다. 내가 태백 허리를 베었으니 병원, 의원부터 뒤져봐.”
우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순사들을 푼다.
“둘 다 개망신당했네. 명월관 가서 술이나 마시자. 규만이도 불러, 성곤이도.”
우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다, 패배한 사무라이.”
형준도 받아쳤다.
“가자고 똥통 제국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