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 숨겨진 작전의 불씨
명월관의 등불 아래, 형준과 우덕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쪽 자리에는 이미 규만과 성곤이 앉아 있었고, 상 위에는 술과 안주가 가득했다.
“이야~ 이제 오냐?” 성곤이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거하게 간다. 이틀은 못 일어날 술이야.”
곧 기생들이 등장했다. 형준 앞에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의 서아가 앉았다.
우덕 옆엔 오늘 처음 보는 유미가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서아는 웃으며 형준의 잔에 술을 채웠다.
“형준 오라버니, 아직 숨은 쉬시네요?”
“…뭔 소리야.”
“아니, 이태한한테 대판 깨졌다면서요? 소문이 종로에 퍼졌던데?”
“그날 내가 봐준 거다.”
“아~ 봐준 거였구나. 근데 왜 다들 형준이 상대도 안되더라 라는 소릴 하지?”
“너 오늘 나 약 올리려고 왔냐?”
“그럼요~ 오빠 요즘 너무 조용해서. 혹시 ‘이태한 병’이라도 생긴 줄 알았죠.”
형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잔을 부딪쳤다.
옆에서 우덕은 이미 다른 세상에 있었다.
유미가 “전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하자, 우덕은 환하게 웃으며
“그럼 내가 끝까지 챙겨줄게요” 하고 술을 가득 마셔줬다.
유미가 웃을 때마다 우덕은 홀린 듯 잔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성곤은 흘끗 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좋아… 형준은 서아가 붙잡고, 우덕은 유미가 묶었다. 이제 한 시간은 넉넉하다.
사실 이 술자리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었다.
성곤은 이미 이태한, 서장도와 은밀히 작전을 짰다.
“오늘 밤, 결사대원 구출 작전을 한다. 형준이나 우덕이 끼면 일이 커집니다. 제가 시간을 벌 테니, 구출해 주세요.”
서장도는 “걸리면 목숨값 치른다”라고 낮게 말했고, 이태한은 무표정하게 “문제없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성곤은 일부러 술자리를 길게 끌었다.
안주가 떨어지면 기생에게 더 시키게 하고, 술이 식으면 좋은 술로 바꿔주며 형준과 우덕을 자리에 묶었다.
그때, 형준의 부관인 고이즈미가 급히 달려왔다.
“형님! 결사대원들이 방금 종로 경찰서에 쳐들어왔습니다! 이태한도 있습니다!!”
형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자, 서아가 잔을 들어 막았다.
“한잔 더 먹고 가~ 이번엔 이겨야지!! 나도 구경 갈 거고!!”
형준이 잠시 망설였지만, 서아의 웃음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한잔을 더 마시고 뛰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