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쓰인 대한 독립 만세
종로 경찰서 앞마당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창문은 산산이 깨져 있었고, 마당에는 피와 먼지가 뒤섞여 흩날렸다. 고함과 신음이 뒤엉켜 소음이 진동했다.
형준, 우덕, 성곤, 규만, 서아가 헐떡이며 도착했다.
우덕은 곧장 부관 아베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놈들은 어디 있나?!”
아베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놈들은 경찰서 안에 있을 겁니다.”
우덕은 입구를 지키던 순사의 칼을 뽑아 들었다.
“전원! 출입 통제하라! 기자 놈들은 뒤로 물리고, 순사들은 전원 배치다!”
그의 호령에 순사들이 황급히 움직였다.
형준은 부관 고이즈미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안으로 간다.”
그는 칼을 빼들고 경찰서 안으로 뛰어들었다.
복도 안, 순사들이 결사대원들의 칼을 피하며 쩔쩔매고 있었다.
형준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달려들었다.
첫 번째 놈의 무릎 뒤 힘줄을 날카롭게 베었다.
두 번째 놈의 허벅지를 베고, 세 번째 놈의 발목 힘줄을 끊었다.
쓰러진 세 명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형준은 피 묻은 칼을 털며 주위를 살폈다.
“이태한… 어디 있어.”
한편, 마당 끝 쪽.
우덕의 눈이 번쩍였다.
결사대원 둘을 챙겨 빠져나가던 이태한이 보였다.
“거기 서라, 이태한!”
우덕이 검을 들고 달려들자, 이태한은 비웃음을 지었다.
“너, 똥통에 빠졌던 놈 맞지? 네 친구보다 검도 실력은 딸려 보이는데, 감히 나한테 칼을 들겠다고?”
그는 경찰서 마당 한쪽 벚꽃나무로 다가가 가지 하나를 꺾어 들었다.
“같은 조선인끼리, 돕진 못할망정… 권력에 눈이 멀어, 나라를 위해 싸운 동지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여? 이 회초리로 네 죄를 심판하마!”
“자만하지 마라!”
우덕이 돌진했다.
이태한은 가볍게 몸을 틀어 검을 피했다.
그리고 벚꽃 가지가 허공을 가르더니, 우덕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이어 배를, 그리고 등짝을 차례로 후려쳤다.
마당 가득 나무가 살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
수많은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번쩍였다.
우덕은 이를 악물었지만 몸이 휘청거렸다.
그때 형준이 달려왔다.
“드디어 만났구나!”
이태한은 형준을 보고도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네 이름이 안형준이라지? 본관은 순흥 안가고… 같은 뿌리에 안중근 장군, 안창호 선생 같은 분들이 있는데, 어찌 네놈은 왜놈 앞잡이를 하느냐? 너도 회초리를 맞아야겠다.”
형준이 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우덕과 양쪽에서 협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태한의 손끝은 매서웠다.
벚꽃 가지가 번쩍이며 두 사람의 손목과 어깨, 옆구리를 번갈아 강타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흐트러졌다.
이태한은 눈빛을 번쩍이며 마지막으로 벚꽃 가지를 허공에 휘둘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양발로 형준과 우덕의 가슴을 동시에 이단 옆차기했다.
둘의 몸이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구르며 먼지가 일었다.
그리고 이태한은 결사대원들과 함께 담장을 타고 사라졌다.
우덕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쫓아가라 어서!!!”
형준이 손을 붙잡았다.
“아직 경찰서 안에 내가 힘줄을 끊어놓은 놈들이 있다. 그놈들부터 잡아야 한다.”
두 사람은 안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건 싸늘한 시신들이었다.
모든 결사대원들이 혀를 깨물고 자살해 있었다.
피로 물든 벽에는 붉게 쓰여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