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의 섬

웃음 속에서 시작된 피의 작전

by 동룡

성곤과 규만의 항해는 시작만큼은 그럴싸했다.
돛이 바람을 타고, 작은 보트는 씽씽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문제는 단 하나.

항해사가 없었다.

“규만! 이게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성곤이 지도를 펴며 소리쳤다.

규만은 뱃머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몰라! 난 배는 만들 줄 알지만, 항해는 잘 모른다니까!”

결국 이틀째 되는 날, 작은 보트는 암초에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아이고!!!”
바닷물이 배 안으로 솟구쳤고, 두 사람은 미친 듯 양동이로 물을 퍼내며 가까스로 작은 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섬은 기묘하게 어두웠다.
기괴한 해골 장식, 불길한 소문처럼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

성곤은 불안한 눈빛으로 지도를 펴 들었다.
“... 이 섬이 어디지?”

그러자, 등 뒤에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섬이 어디냐고? 너희들, 쉽렉 섬에 와 놓고 어디냐고 묻는 게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두 사람 앞엔, 무섭게 생긴 할머니가 서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걸 보니 너희들 해적이 아니지? 그렇다면 알려주마. 해적이 아닌 놈들이 이 섬에 발을 붙이면 어떻게 되는지!”

그녀가 손짓하자, 거칠게 생긴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성곤과 규만은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잡아라!!”
할머니의 고함이 메아리쳤다.

성곤은 뛰다 말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잠깐만!! 우리, 그림자의 해적 안형준! 그리고 캐논킹 서우덕의 친구라고!!”

해적들이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 그놈들의 친구라고?!”


“우리 해적단이 그놈들한테 당한 거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떨리는데!”

그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적당히 몽둥이질만 하려 했는데... 그놈들의 친구라니! 잡아라! 팔다리를 찢어버려라!!”

“으아아아아악!!!”
결국 성곤과 규만은 2배의 속도로 미친 듯 달아나야만 했다.


그때였다.
검은 돛을 단 거대한 검은 배 한 척이 섬으로 들어왔다.

규만이 환호성을 질렀다.
“올 블랙 해적단이다!!!”

성곤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형준아!!! 살려줘어어!!!”

블랙 코메트 호, 조타석.
형준은 키를 잡다 두 사람을 보자 눈을 비볐다.
“뭐지... 꿈인가? 왜 저 두 놈이 여기 있지?”

다시 보니, 정말 성곤과 규만이었다.

형준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유나! 저 두 사람을 지켜라!”


저격수 유나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해적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바닷바람 속, 성곤과 규만은 주저앉은 채 울먹였다.
그리고 마침내
세 사람은 해적섬, 쉽렉 섬에서 다시 만났다.


형준은 배에서 내리며 말한다.
“대체 너희, 무슨 꼴을 하고 여기까지 흘러온 거냐.”

성곤과 규만은 차례로 오션부 카페를 빼앗긴 사연, 강제 선박 제작 노역에 끌려간 이야기, 초라한 2인용 배로 도망치다 암초에 들이받은 사정을 늘어놓았다.
형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일단 배부터 채우자. 굶은 배에선 좋은 작전도 안 나온다.”


쉽렉 섬의 식당으로 향하자, 주변 해적들이 하나둘씩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올 블랙 해적단의 이름만 들어도 다들 벌벌 떨었던 것이다.

형준은 웃으며 두 친구를 테이블에 앉혔다.
“자, 우리 해적단을 소개하지.”

먼저 부선장 아론,
그리고 우아한 항해사 윤아,
살벌한 눈빛의 저격수 유나,
마지막으로 검붉은 칼집을 찬 최고의 검객 아스카까지.

규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아론 빼고는 다 미녀로 꾸렸구먼. 의도적인 거냐?”

형준은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그래서 누가 제일 예뻐 보여?”

성곤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소문은 항해사가 짱이라 했는데... 실제로 보니 난 저격수의 미모가 더 좋은걸. 왜 소문이 안 났는지 이상할 정도야.”


그 순간, 유나가 살벌하게 미소 지었다.
“내 얼굴을 본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까.”

순간, 식당 안이 싸늘해졌다.

형준은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선장은 나지만, 이 배의 실세는 윤아 누나야. 말 안 들으면 전부 죽는다, 알겠지?”

선원들이 킥킥 웃었고, 윤아는 못마땅하다는 듯 형준의 뒤통수를 툭 쳤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전략 회의가 시작됐다.
스페인으로 끌려가는 오션 뷰 카페를 본국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빼앗아야 했다.
스페인 항구에 들어가면 기회는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형준은 두 친구를 똑바로 보며 제안했다.
“성곤, 규만. 우리와 함께 타라. 블랙 코메트는 빠르다. 빨라야 승산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규만은 두 손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배는 빠르면 장땡이야. 너의 운전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말이지.”

성곤도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좋다! 카페를 되찾을 수 있다면 뭐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쾅!!!
순간, 식당 문이 박살 나듯 열렸다.
근육질 사내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들어섰다.

그 뒤로는 거친 인상의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살벌한 기운이 공간을 메웠다.

형준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함마 해적단의 해머 선장이로군. 귀찮은 놈이 왔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머릿수에서 우리가 불리하다. 일단 도망가자.”

해머 선장의 눈빛은 번뜩였다.
“저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잡아라! 빠짐없이 다 갈아버려!!!”


그의 망치가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갈라지는 듯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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