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전의 끝, 손을 맞잡은 두 선장
올 블랙 해적단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뒤에서는 오함마 해적단이 피를 토하듯 고함을 지르며 쫓아왔다.
“형준!!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저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거야?!”
성곤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형준은 숨 하나 안 고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별거 아냐. 우리가 설탕이랑 커피를 물물교환했거든. 근데 우리가 준 건 설탕 반 모래 반이었고”
“… 뭐?!”
“쟤네도 커피 반 모래 반이었어!!”
규만과 성곤은 동시에 절규했다.
“그게 이유야?!! 이런 전쟁 같은 싸움이?!!!”
겨우 도착한 선착장.
그러나 이미 그곳에도 오함마 해적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쾅!!
첫 총성이 울리자마자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형준은 칼을 뽑아 들고 망치를 휘두르는 해머 선장과 맞섰다.
칼과 망치가 부딪히자 불꽃이 튀었다.
“네 힘은 무식하기 짝이 없군!”
형준이 비웃자 해머 선장은 이를 갈았다.
“네 잔머리는 오늘 여기서 끝이다!”
부선장 아론은 전투도 운동 삼듯 큰 도끼를 휘둘렀다.
“하하! 오늘은 제대로 운동 좀 되는군!!”
그의 등 뒤에서 해적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검객 아스카는 번개처럼 움직였다.
칼날이 번쩍일 때마다 해적 하나씩 피를 뿜고 쓰러졌다.
“내 검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해머 해적단의 숫자는 끝도 없었다.
규만과 성곤은 어디서 주워온 몽둥이로 연신 막기만 했다.
“으악! 난 진짜 싸우는 거랑 안 맞아!!”
“살려만 줘!!!”
윤아는 드레스를 휘날리며 성질을 냈다.
“젠장, 칼을 배에 두고 오다니!!”
그녀는 주방 쪽을 향해 소리쳤다.
“긱스!! 무기 될 만한 거 빨리 던져!!!”
주방 문을 박차고 나온 요리사 긱스.
그는 손에 주방칼을 몇 개나 쥐고 미친 듯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주방장의 힘을 보여주마!!!”
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허겁지겁 윤아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받으세요, 항해사님!!”
철컥!
윤아의 손에 떨어진 것은… 무쇠 프라이팬이었다.
“... 프라이팬?”
윤아는 잠시 굳었지만, 적들이 달려들자 그대로 휘둘렀다.
쾅!
첫 번째 해적의 이마가 찌그러졌다.
경쾅!
두 번째 놈의 턱이 뒤틀렸다.
총성과 칼 부딪힘, 망치 소리 사이로
“댕! 꽝! 쨍!”
프라이팬의 경쾌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윤아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내가 지금 프라이팬을 들고 싸운다고?!!! 긱스!!! 진짜 뒤지고 싶냐?!”
멀찍이 있던 긱스는 두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아니요! 근데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항해사님!!”
성곤과 규만은 그 광경을 보고 동시에 울부짖었다.
“우리 그냥 2인용 보트 타고 떠날래!!!”
그때,
쾅!!!
엄청난 대포음이 바다를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선착장은 단숨에 조용해졌다.
연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내.
긴 외투, 번뜩이는 검, 압도적인 기세.
형준과 해머 선장은 동시에 무기를 거두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티그 해적법 집행관님… 안녕하셨는지요.”
티그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나는 두 선장이 나름 해적들의 위상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지?
쉽렉 섬이 법으로 정한 성역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렇다.
해적 법전에는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되는 섬들이 정해져 있었다.
쉽렉 섬은 그중 하나였다.
“여기서 칼을 뽑는 건 모든 해적을 적으로 돌리는 짓이다.”
말이 끝나자 주위 해적들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떨궜다.
성곤은 규만에게 중얼거렸다.
“해적들한테도 법이 있어?”
규만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오늘 처음 안다”
형준이 서둘러 변명했다.
“집행관님, 우린 방어했을 뿐입니다. 증거를 말씀드리죠 우리 항해사를 보십시오. 무장도 안 하고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습니다.”
윤아가 짜증스럽게 드레스를 휘둘렀다.
“진짜 증거랍시고 나를 팔아먹냐!!”
해머 선장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 내가 먼저 덤빈 건 사실이다.”
티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좋다. 그럼 대체 왜 이 난리를 벌였는지 설명해 보아라.”
형준과 해머는 동시에 외쳤다.
“설탕 반 모래 반을 줬거든요!!”
“커피 반 모래 반을 줬으니까요!!”
순간 성곤과 규만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진짜 저게 이유라고?”
“진짜 저런 걸로 칼부림을 해?!”
하지만 주위 해적들은 반응이 달랐다.
형준의 부하들은 “선장님 말씀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해머의 부하들은 “선장님을 무시하다니!”라며 이를 갈았다.
각자 자기 선장의 편만 드는, 완벽한 편 가르기였다.
규만은 땅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미쳐 돌아가는구나...”
성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게 바다의 법이냐...”
티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쌍방과실이다. 둘 다 허튼짓을 한 셈이지.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낸다. 오함마 해적단은 오늘 일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하라.
그리고 두 선장은 다시는 이 일로 칼을 뽑지 마라.
만약 또 싸운다면 그땐 내가 직접 법을 집행하겠다.”
순간 주위 해적들의 얼굴이 굳었다.
‘집행관이 직접 움직인다’는 건 곧 연맹 추방과 사형을 뜻했다.
형준과 해머는 잠시 서로 노려보다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다음부턴 모래는 빼자고.”
“… 좋다. 네 커피에도 빼라.”
두 사람의 손이 맞닿자, 양쪽 해적단은 억지로 환호성을 질렀다.
“선장 만세!”
“우리 선장 최고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성곤과 규만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진짜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