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각 속에서 울린 포성
쉽렉 섬의 난전이 끝난 뒤.
올 블랙 해적단이 블랙 코메트로 오를 때, 해머 선장이 규만과 성곤을 흘깃 바라봤다.
“형준, 새로운 선원을 둘이나 뽑았나?”
형준은 잠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이놈들이 여기 온 이유가 따로 있지.”
그리고 성곤과 규만이 카페를 빼앗기고 섬에 표류하게 된 사정을 간단히 들려줬다.
해머는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해적이 아닌 자가 쉽렉 섬에 오다니... 목숨 붙어 있는 게 기적이군. 운이 아주 좋았어.”
그러다 성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스페인 놈들이라면... 나도 질색이야. 힘을 내시오!! 그 카페 이름 들어본 적이 있어.”
성곤은 잠시 놀란 눈빛을 보이다가, 꾹 참아왔던 분노를 더 굳게 다짐했다.
윤아는 옆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긱스를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무기를 달랬더니 프라이팬을 던져?! 내가 웃기냐?!!”
“아악! 죄송합니다 항해사님!! 그래도 잘 싸우시던데요?”
“죽고 싶냐 진짜!!”
배에 오르기도 전에 다시 잠시 전쟁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 소란을 뒤로하고, 블랙 코메트는 돛을 올리며 항해를 시작했다.
목표는 단 하나
빼앗긴 오션 뷰 카페.
한편, 붉은 돛을 단 거대한 배, 크림슨 크로우.
선장 우덕은 갑판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항해사 카리나는 묵묵히 항로를 점검하고, 키드와 선원들은 일상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망루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오션 뷰 카페다!!”
우덕은 눈을 번쩍 뜨며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오션 뷰 카페라고? 성곤이가 가게 위치를 옮겼나?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는 반가움에 뛰쳐나가려 했지만, 키드의 외침이 곧 그를 막아섰다.
“스페인 해군 함대다!! 총원 전투 준비!!!”
멀리 수평선 위, 스페인의 거대한 전함들이 전투 대형을 갖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십자가 깃발 아래, 빽빽하게 늘어선 포문이 번뜩였다.
우덕은 이를 갈며 물었다.
“엘 디아블로가 있나? 그게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해라!!”
망루에서 선원이 목청껏 외쳤다.
“엘 디아블로가 있습니다!!!”
규만이 강제로 뼈 빠지게 고쳐낸, 거대한 전함.
그 악몽 같은 배가 스페인 깃발 아래 버젓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갑판 위에서, 정한별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이놈, 캐논킹 우덕! 아주 잘 걸렸다! 오늘은 네 놈의 무식한 배를 바다 밑으로 처박아주마!!!”
바다는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스페인 함대와의 전면전이 눈앞.
갑판은 긴장으로 얼어붙었지만, 우덕만은 눈에 불을 켰다.
“좋아, 다 덤벼라!!! 오늘은 바다를 불바다로 만든다!!”
그러나 항해사 카리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선장님!! 지금은 안 됩니다! 엘 디아블로 한 척만 있어도 버겁습니다. 그 뒤에 군함이 일곱 척이나 더 있어요!! 후퇴해야 합니다!!”
곧이어 갑판장 아린도 외쳤다.
“선장님, 제발 이성 좀 찾으세요! 지금은 배를 돌려야 할 때입니다!”
우덕은 이를 갈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냥 가긴 억울해! 키드! 신무기를 방열해라!!”
부선장 키드가 번쩍 눈을 치켜뜨며 명령했다.
“신무기 준비! 박격포, 장전 완료!!”
덜컥, 덜컥
잠시 뒤, 괴상한 포신이 고개를 들더니 불길한 연기를 뿜었다.
“발사!!!”
콰아아 앙!!!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
포탄은 매끄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엘 디아블로의 중앙 돛대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치솟으며 갑판 위 스페인 병사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정한별은 난생처음 보는 괴상한 무기에 당황했다.
“저... 저건 대체 뭐지?! 대포알이 저렇게 날아간다고?!”
우덕은 어깨를 으쓱이며 비웃었다.
“흥, 이게 바로 내 ‘비밀 레시피’다, 이 스페인 놈들아!”
자신감이 붙은 우덕이 정면으로 붙으려는 순간
카리나와 키드가 양쪽에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선장님, 안 됩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에요!!”
우덕은 끌려가며 발악했다.
“놔!!! 소문 못 들었어?! 블랙 코메트가 저놈들이랑 붙어서 반 작살을 냈다고!! 내가 도망가면, 형준 그 자식이 얼마나 약 올리겠냐고!!!”
키드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이건 1대 1이 아니라고요! 지금 덤비는 건 자살이에요!!”
뒤에서 아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동생은 다친 곳 없나요?”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
남동생?
그렇다.
올 블랙 해적단의 부선장 아론과, 크림슨 크로우의 갑판장 아린은 남매 사이였다.
이 사실은 몇몇만 알고 있는 바다의 비밀이었다.
정한별은 이빨을 갈며 우덕을 끝까지 쫓고 싶었지만,
“젠장, 지금은 아니다.”
오션 뷰 카페를 이동시키는 임무가 우선이었다.
게다가 우덕의 알 수 없는 신무기가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페인 함대는 제자리로 복귀했고,
크림슨 크로우 역시 억지로 방향을 돌려 빠져나갔다.
바다는 다시 잠시 고요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