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자들의 출항, 웃는 자들의 포성
규만은 더욱 바빠졌다.
스페인과 영국 해군 전함들을 무료로 수리하고 보수하는 강제 노동이 그의 일상이었다.
해질 무렵이면 그는 늘 해변가에 앉아 술만 들이켜는 성곤을 찾아갔다.
성곤은 모래사장 위에서 텅 빈 병을 쌓아가며 중얼거렸다.
“내 인생을 건 오션 뷰 카페였어... 인테리어부터 의자 하나, 조각상까지... 내가 직접 꾸몄는데...”
그의 목소리는 바닷바람에 섞여 꺼져갔다.
규만은 가만히 코코넛 열매 말린 것을 건넸다.
“성곤... 다시 찾을 방법이 있을 거야. 기운 내라.”
성곤은 씁쓸하게 웃었다.
“무슨 수로? 스페인 놈들이 벌써 배를 끌고 갔어.
우린 따라갈 배도 없고, 함께할 선원도 없어. 다 끝났다고!
내가 그 안형준, 서우덕 두 해적 놈들을 다시 만나면, 걔네부터 발로 걷어 차주고 말 거다!”
규만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2인용으로 만든 배가 하나 있긴 해. 보트에 돛대만 단 거라 제대로 된 배라 할 수도 없지만....”
성곤은 번쩍 고개를 들더니 그의 손을 붙잡았다.
“좋아! 내가 나침반이랑 지도 사 올게. 오늘 밤에 바로 떠나자!
넌 배 만드는 천재니까, 운전도 할 줄 알잖아!!”
규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성곤의 눈빛은 결연했다.
결국, 두 사람은 떠나기로 했다.
그들의 배는 말 그대로 작은 보트에 돛대를 단 허술한 것.
키도 없고, 돛대를 움직여 방향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한편, 크림슨 크로우
우덕은 성곤의 인생을 반쯤 박살 낸 줄도 모르고 배 위에서 부선장 키드, 항해사 카리나와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카드를 쥔 채, 우덕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카리나. 그 이름은 가명이야, 아니면 진짜 이름이야? 별자리 이름이라 항해사랑 잘 어울리긴 하지. 게다가 네 미모랑도 딱 맞고.”
카리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태어난 날, 평소엔 보기 힘든 카리나 별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대요. 그래서 부모님이 제 이름을 카리나라고 지으셨죠.”
키드가 박장대소했고, 우덕도 의자를 뒤로 젖히며 웃어젖혔다.
“하하하! 역시 이름 하나에도 운명이 담겨 있는 거구만!”
그때였다.
망루 위 선원의 고함이 바다 위로 울려 퍼졌다.
“무역선이다!!! 엄청 큰 무역선이 다가온다!!!”
우덕은 눈을 번쩍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드를 탁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좋아, 카드 게임은 끝! 이제 일할 시간이다!”
거대한 무역선은 크림슨 크로우를 발견하자마자 전투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우덕은 태연하게 웃으며 외쳤다.
“좋다! 우리 크림슨 크로우의 자랑, 트리플 캐논 맛을 보여줄 시간이군! 발사하라!!”
세 개의 대포알이 동시에 튀어나가며 무역선의 현측을 박살 냈다.
거대한 선체는 금방 패닉에 빠졌다.
우덕은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키드! 준비해라. 신무기를 실험할 때다!”
부선장 키드는 어린아이처럼 신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선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곧 갑판 위에 거대한 포신이 세워졌다.
마치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박격포 같았다.
그리고 장전된 것은 평범한 쇳덩이가 아니라 중국에서 비밀리에 밀수한 진천뢰.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귀하고도 치명적인 무기였다.
하늘을 가르고 날아간 진천뢰는 무역선 위에서 번쩍이며 폭발했다.
불길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자, 선원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우덕은 욕망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성공적이군. 이제 내 배에는 세워서 쏘는 대포, 여덟 문을 추가 배치할 수 있겠어!! 크하하하하!!”
같은 시각, 블랙 코메트
항해사 윤아는 런던에서 유행한다는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약탈한 드레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한 벌이었다.
하지만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따뜻한 커피가 그대로 드레스 위에 쏟아졌다.
윤아의 눈빛이 번쩍였다.
“... 안형준.”
그녀는 분노를 가득 안은 채 갑판 위로 올라갔다.
갑판 위, 선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기고 있었다.
부선장 아론까지 크게 소리쳤다.
“하하하! 선장님, 이게 진짜 재미죠!!”
그 광경은 형준이 일부러 거대한 바다의 회오리 속에 들어가, 배를 빙빙 돌리며 곡예 운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아는 당장 고래고래 소리쳤다.
“안형준!!!!! 당장 이 미친 짓 멈춰!!!! 술이며 음식이며 다 바다에 쏟아지면 어쩌려고 그래?!!!!”
형준은 태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긱스! 오늘의 메뉴는 뭐지?”
주방에서 고개를 내민 요리사 긱스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오늘은 특별히 소고기 스테이크를 준비했습니다! 국물 요리는 없으니 마음껏 빙빙 돌리셔도 됩니다, 선장님~”
그러나 바로 윤아의 슈퍼 꿀밤이 긱스의 머리에 꽂혔다.
“으악!!”
긱스는 비명을 지르며 곧장 조리실로 도망쳤다.
윤아는 결국 키를 빼앗아 들고, 배를 회오리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 형준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제발 하루라도 조용히 살 수는 없어?! 이런 짓 좀 그만하라고!!!!”
형준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