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싸움이 아니라, 마음을 지킨 용기였다
“민지에게 사과해.”
규만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하늘초 남자애들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뭐래, 얘~ 우리랑 싸울라고?”
“혼자서 다섯 명을?”
“응.”
규만은 가방을 벗어 툭 내려놓았다.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민지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규만은 달려들었다.
5대 1.
불리한 싸움이었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규만은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몸은 얻어맞고, 넘어지고,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민지만은 끝까지 뒤로 밀어냈다.
“야!! 그만해!! 누구 온다!!!”
아이들이 도망친 건 그 순간이었다.
규만은 무너진 자세로 숨을 헐떡이며 민지를 바라봤다.
눈이 멍들고, 입술이 터졌고, 무릎엔 흙이 묻어 있었다.
민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 왜…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
규만은 웃었다.
부은 눈으로.
“바보짓 맞아. 근데… 소중한 건 지켰잖아. 그럼 됐어.”
다음날 아침, 학교 복도.
형준은 교실 문 앞에서 규만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너 왜 보라돌이가 돼서 왔냐?
누가 너 얼굴로 색칠공부했냐?”
곧 우덕도 다가왔다.
“야야야!! 누가 내 게임 대표 선수를 이렇게 만들었냐!!
대회는 코앞인데!! 이거 ‘철권 레전드’ 망했네!!”
규만은 조용히 웃었다.
“어제… 조금 싸웠어.”
그 순간, 지수가 다가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규만아, 얼굴 봐… 멍 더 퍼졌잖아.
양호실 가자. 약 더 발라야 해.”
규만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지수는 조심스럽게 규만의 팔을 잡고 복도로 걸어갔다.
그 사이, 민지가 형준과 우덕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처음엔 두 사람 모두 어이없어했다.
“에이, 우리 규만이가?”
“걔가 싸움을 해?”
하지만 민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진짜야.
다섯 명이 날 둘러쌌는데…
규만이, 가방 내려놓고 바로 달려들었어.
그 멍, 괜히 생긴 거 아니야.”
형준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 진짜 멋있는 바보네…”
우덕은 더 충격이었다.
“아니… 우리 규만이…
게임 말고 이런 데서 레전드 찍으면 어떡하냐고!!
어우 감동이다 진짜…”
그날 교실 분위기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누군가는 말은 없었지만,
눈빛만으로 알 수 있었다.
‘얘 진짜 멋있었구나.’
‘말은 없어도, 속은 따뜻한 애였구나.’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있었던 민지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 이제 게임 말고…
사람 마음 좀 배워보자… 철권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