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강도는 다르지만, 주먹은 하나였다
하굣길.
민지와 정연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가로수 그림자가 어깨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그래도… 규만이, 좀 멋있더라.”
민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응? 뭐가?”
정연이 묻자, 민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냥… 용기 낸 거?
나 같았으면 못했을 거 같아서.”
정연은 피식 웃었다.
“형준이도… 말과 행동은 그렇게 해도, 생각보다 마음은 따뜻해.
자기가 막 하늘초 애들 혼내준다 그러더라.”
두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그 순간, 둘의 마음엔 조금씩 변화가 싹트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같은 시각.
반대편 골목.
묵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하늘초 원정대, 드디어 출동.
구마적 우덕, 신마적 대용, 철권 규만, 그리고 제대로 분노한 형준.
여기에 의기투합한 친구들까지 총 10명이 모였다.
“얼굴은 규만이가 제일 잘 아니까,
넌 사람 찾기 담당이야.”
우덕이 말했다.
규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야… 저 오락기 앞에 있는 애들.”
그곳엔 메탈슬러그에 빠져 있는 다섯 명의 하늘초 아이들이 있었다.
한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응~ 난 계속 이을 거야~
오늘 인성초 여자애한테 3천 원 뺏었거든~
근데 걔 진짜 이쁘긴 하더라~ 이름이 뭐였지… 유정연이었나?”
그 순간.
메탈슬러그 화면에서 총을 쏘기도 전에
형준의 날아 차기가 그 아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와악!!!”
오락기가 뒤로 넘어지고, 뒤에 있던 동전 바구니가 날아갔다.
오락기 앞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10대 5.
숫자도, 기세도, 감정도 압도적.
우덕은 돌진하며 박치기로 하나를 그대로 눕혔고,
대용은 말없이 어깨를 밀어붙이며 한 명을 벽에 처박았다.
규만은 주먹을 꽉 쥐고,
소리 없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분노한 표정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압도하는 건 형준의 분노였다.
형준은 정연의 이름을 입에 올렸던 그 녀석만을
정확히 골라냈다.
그리고…
팔로 감고, 바닥에 메다꽂고, 다시 일으켜서 복부를 후려쳤다.
턱, 복부, 무릎, 그리고 다시 턱.
그 녀석은 공중에서 잠깐 떴다가, 땅바닥에 굴렀다.
콤보가 멈추지 않았다.
정확했고, 거칠었고, 진심이었다.
“정연이를 건드려?”
형준의 눈엔 불꽃이 일었다.
다른 하늘초 아이들은 이미 녹다운.
누구도 덤비지 않았다.
형준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얘들아… 얘네 놀이터로 좀 끌고 가자.
정신교육… 아직 안 끝났거든.”
우덕이 입꼬리를 올렸다.
“공포의 놀이기구 태워야지~ 그네부터 회전시켜!”
대용은 조용히 멘트를 날렸다.
“뇌가 튕길 때까지 돌려야 정신 차리지.”
형준은 마지막으로
정연의 돈을 뺏은 그 녀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연이 건드렸으면, 이제 내 주먹도 감당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