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쓴맛
아침부터 형준은 교실 책상에 앉아 조용히 『슬램덩크』를 읽고 있었다.
책장에 손을 올린 채, 집중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정연이 들어왔다.
아이들 몇몇이 그녀를 보며 속삭였다.
“어? 정연이 왜 저래?”
“팔이랑 얼굴에… 뭔가 까진 거 아니야?”
정연은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
형준은 천천히 책을 덮고 그녀를 바라봤다.
옷 여기저기에 먼지가 묻어 있고, 손바닥엔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있었다.
말없이 다가간 형준은 정연에게 말했다.
“양호실 가자. 걸을 수는 있지?”
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호실.
형준은 조심스럽게 정연에게 묻는다.
“누가 그랬냐.”
“… 하늘초 다닌다는 애들 다섯 명. 돈 뺏겼어... 안 준다고 하니까 밀쳤어.”
정연은 고개를 숙인 채, 씩씩하게 말하려 애썼지만 눈가가 붉어졌다.
“나… 그냥…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형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야, 울긴 왜 울어. 내가 혼내줄까?”
“… 진짜?”
“진심 10%, 장난 90%. 근데 너 웃었으니까 치료 끝.”
정연은 눈물을 살짝 닦고,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아무 일도 없던 듯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 뒤쪽 한 구석.
우덕, 규만, 대용이 모여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건 복수의 전조야. 나 인성초 구마적 우덕, 지금부터 진짜로 간다.”
“난 신마적 대용. 끝까지 간다.”
“철권 규만, 준비됐지?”
그 순간, 형준이 책을 덮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세 사람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형준은 책을 옆구리에 낀 채 말했다.
“오늘. 하늘초 혼내주러 가자. 누가 뭐래도 오늘은… 그냥 혼내야겠다.”
우덕은 환하게 웃었다.
“헐! 형준이 너까지 오면 완벽한데!!”
대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규만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조용히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지.”
형준은 슬램덩크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공포의 쓴맛을 보여줘야겠어 이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