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초등학교] 52화 아무도 이기지 못한 경기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바뀌었다

by 동룡

선생님의 휘슬이 울리며
분단 대항 축구 토너먼트 첫 경기가 시작됐다.

문제아 삼총사가 포함된 분단과,
수빈과 나래가 속한 반대 팀의 맞대결이었다.

“걱정 말고 공격해. 뒤는 우리가 막을게.”
우덕과 규만이 철통같이 수비 대형을 만들고,
형준과 예린은 티격대면서도 절묘하게 호흡을 맞췄다.

“패스 좀 정확히 해, 마드리드!”


“응~ 바르샤보다 낫지~”

예린은 뛰어드는 형준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형준은 공을 받자 지단의 마르세유 턴으로
돌진하는 나래를 피했다.
그리고 정연에게 정확하게 찔러 넣은 패스.

정연은 망설임 없이 슛.
골대 구석을 찔렀다.

“할라 마드리드!! 역시 우리 정연이야!!”


형준은 외쳤고, 예린은 팔짱을 끼며 외쳤다.
“기점 패스는 나였거든?!!”

경기는 압도적이었다.
형준은 마르세유 턴에 이어 지단의 발리슛까지 흉내 내며 쐐기골을 넣었다.

수빈은 민지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고,
우덕과 규만의 수비는 철벽 같았다.

나래가 예린에게 달려들었다.
예린은 팬텀 드리블을 이용해
나래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며 돌파에 성공했다.

아이들의 탄성이 터졌지만
그 순간.

뒤에서 달려온 수빈이
예린의 다리를 세게 걸었다.

예린은 그대로 넘어졌다.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입술을 깨물던 예린의 눈가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덕이 폭발했다.

“야!!! 너 일부러 그런 거잖아!!!”

우덕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수빈을 거칠게 밀쳤다.
수빈은 균형을 잃고 운동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들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봤다.
선생님조차 잠시 휘슬을 불지 못했다.

형준도 분노한 눈빛으로 달려오며 외쳤다.
“이딴 식이면 지단 아니고 가투소로 변신한다!!!”

정연이 황급히 외쳤다.
“가투소가 뭐야...?”


성곤이 옆에서 말했다.
“이탈리아 선수야. 아주 거칠지.”

정연은 바로 형준을 붙잡았다.
“형준아, 제발 진짜 하지 마. 너까지 이러면 나도 화내.”

형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능청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난 오늘부터 리네커입니다~
그라운드의 신사로 살아가겠습니다~”

그 말에 일부는 웃었지만
곧 이어진 규만의 말이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참나... 꼭 못생기고 뚱뚱한 애들이 경기 더럽게 해.”


민지가 망설임 없이 규만의 등을 때렸다.


“넌 진짜... 꼭 문제를 만들지.”


그 와중에
우덕은 조용히 예린 옆에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까지 수빈을 밀쳤던 그가
이번엔 티슈를 꺼내
예린의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줬다.

“많이 아프지? 양호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예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덕은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해 일어섰다.
그리고 말도 없이, 양호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우덕.

장난과 욕, 돈 얘기밖에 모르던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조용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정연은 조용히 말했다.
“… 저게... 우덕이라고?”

성곤은 고개를 갸웃했고,
민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저건 좀... 멋있다.”

나래는 그 장면을 바라보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차별 시작이네...”

그 말속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 순간
선생님의 호루라기가 길게 울렸다.

“여기까지입니다!
축구 종료! 전원 교실로 돌아가요!
그리고 정규만! 상처 주는 말로 벌점 10점!!!”


운동장은 조용해졌다.
경기는 끝났지만,
누구도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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