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53화 종이 위의 진심

눈물, 분노, 그리고 연필 소리

by 동룡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돌아왔다.
운동장의 열기와 울컥함이 여전히 몸에 남은 채, 책상 앞에 앉은 아이들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선생님은 아직 오지 않았고, 먼저 양호실에 다녀온 우덕과 예린이 반에 도착했다.

형준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야 바르샤, 괜찮냐? 제대로 까진 거 같던데…”

예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무릎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손끝은 조금씩 떨렸다.

그 모습을 보던 우덕은 참지 못하고 수빈 쪽으로 지우개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하튼간 너는!!! 문제야!!! 예린이가 전학 온 첫날부터 이렇게 다쳤잖아!!!”

지우개는 수빈의 머리를 맞고 튕겨 나갔다.
수빈은 그 자리에서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도 우덕에게 밀쳐져 손바닥이 까져 피가 났지만,
그걸 알아준 사람은 오직 나래뿐이었다.

나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너도 수빈이 밀쳐서 다쳤잖아! 그건 안 중요해?!”

그 말에 형준의 이마가 씰룩거렸다.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며 일어섰다.

“너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뒤에서 다리 걸고 그러는 게 일부러 그런 거 아냐?
진짜 나도 니들 계단 내려갈 때 너네한테 날아 차기나 한 번 갈겨줘?!!
반성은커녕 건방지게 입은 왜 열어, 이 오타쿠가!!!”

정연은 화장실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이 분위기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수와 태연이 형준을 뜯어말렸다.
그 순간, 규만도 수빈에게 지우개를 집어던지며 외쳤다.

“너희, 지고 있으니까 일부러 그런 거잖아!!!
그니까 맨날 차별받는 거야!!! 그렇게 밖에 안 하니까!!”


그 말에 민지가 돌변했다.
“야!!! 누가 그런 나쁜 말 하래? 진짜 너 오늘 혼나볼래?!”

형준은 정연이 복도에서 돌아오는 걸 눈치채자
급히 자리에 앉았다.
입술은 부르르 떨렸고, 두 손은 책상 아래로 꽉 쥐어졌다.

나래와 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엎드린 채 울고 있었다.
정연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뻔하지…’라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후
교실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왔다.
양손엔 흰 종이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자… 오늘은 말로 풀지 마세요.
이 종이에 여러분의 마음을 써주세요.
솔직하게. 상처 주는 말도 괜찮아요.
이번만큼은, 선생님이 다 용서할게요.”


교실은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 종이를 향한 연필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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