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55화 선택의 순간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이제는 내가 정할 차례야

by 동룡

화장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예린은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친 무릎이 따끔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더 따가웠다.

그때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
수빈과 나래였다.

“예린아,” 수빈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로 울 일은 아니었잖아?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맞아,” 나래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애들이 너한테 너무 과하게 반응했어. 특히 그 셋.”

예린은 멍하니 둘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3명이 언제까지 너 편만 들어줄 것 같아?”


“너... 너무 밝은 척, 친한 척하지 마. 그렇게 잘 지내봤자 결국 왕따 되는 거야.”


말이 거칠어졌다.
예린은 두 손을 모은 채 작게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아직 잘 모르고... 그냥 다 같이 잘 지내고 싶을 뿐이야.”

그 순간
찰칵.
화장실 칸 문이 열렸다.

정연이었다.

“와,” 정연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너네, 새로 전학 온 애한테 지금 뭐 하는 거야?”

수빈과 나래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정연은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한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그, 그게 아니라...”
“말하지 마. 어차피 또 말 돌릴 거잖아.”

그리고 이번엔 또 다른 칸에서 문이 열렸다.

“와... 진짜 웃긴다,” 민지는 수빈을 보며 말했다.
“아까는 말 진짜 잘하더니? 왜 정연이 앞에선 말 한마디 못 해?”

나래와 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그때, 태연과 지수가 황급히 들어왔다.
“야야 됐어. 여기서 싸우지 말자,” 태연이 먼저 나섰고,

“예린아, 괜찮지? 너 진짜 아무 말하지 마. 부탁이야.”


지수가 예린의 손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
“형준, 규만, 우덕이 알면 진짜 전쟁 나.”

예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안도하며 예린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예린은 교실로 돌아왔다.
형준과 규만은 슬램덩크 만화책을 들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평범한 풍경.
그렇지만, 예린은 깨달았다.

저 셋은... 겉으로는 장난꾸러기처럼 보여도
진짜 ‘힘’이 있는 애들이라는 걸.

그 셋이 날 감쌌다는 사실이
이 교실 안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적어도... 나래랑 수빈보단, 얘네랑 친해지는 게 학교생활이 백 배는 편하겠다.”

예린은 자리로 돌아가며 작게 웃었다.
자신이 무얼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기에.


이전 24화[인성초등학교] 54화 친구가 되기엔 너무 다른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