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탈을 쓴 인기투표
“여러분~ 아직도 뭔가, 친구들끼리 친한 건 친하고~ 어색한 애들은 평생 모른 척하고~”
담임 선생님이 말끝을 흐리며 칠판 앞에 섰다.
“안형준!! 정예린!! 선생님이 말하면 집중해야지!! 누가 가위바위보로 딱밤 때리래?!!”
형준은 태연하게 말한다.
“응, 내가 이겼어.”
그리고는 바로 예린의 이마에 슈퍼 딱밤을 쏜다.
소리만 들어도 아파 보인다.
예린은 이를 꽉 깨물고 머리를 비비며 형준을 노려본다.
“진짜... 죽는다 넌...”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작은 상자를 꺼냈다.
“자, 이건… 우정카드예요!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받는 사람은 꼭! 답장을 해줘야 해요.”
카드 수거함은 교실 앞에 걸리고, 선생님은 덧붙였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선생님이 정리해서 나눠줄 거예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감정 표현은 멋진 거니까요~”
그 말에 규만이 손을 든다.
“선생님! 사랑카드도 돼요?”
형준이 비웃으며 말했다.
“야! 누구 줄지 뻔한데 그냥 책상 서랍 밑에 넣어줘~ 그게 더 빨라!”
규만은 민지를 힐끗 보고는 “아 맞네…”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작게 한숨을 쉰다.
선생님은 한 번 더 웃으며 말한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진심만 담으면 돼요. 자, 그럼 한 장씩 써보자~”
선생님은 카드를 쓰는 시간을 주고 교무실로 향한다.
카드는 작고 얇은 종이 한 장.
내용이 훤히 보이고, 봉투도 없다.
수거함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형준이 카드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거… 의미 있냐? 친한 사람들끼리만 주고받겠지. 말로 하는 게 더 빠르잖아?
예를 들면… 유정연 사랑해~ 이런 식으로.”
“오오오오~~~!!!”
교실이 들썩이고, 정연은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인다.
“제발… 나 좀 적당히 좋아해 줘… 부끄러워 죽겠단 말이야…”
우덕이 말을 보탠다.
“형준이 말이 맞아. 누군가는 10장 받을 거고, 누군가는 0장 받겠지.
그럼 인기순위가 여기서 그대로 드러나는 거잖아?”
규만이 고개를 끄덕인다.
“4대 여신 중 하나가 받은 카드 수가, 나래랑 수빈이 둘이 합친 것보다 많겠지.”
예린이 꽃받침 포즈를 취하며 말한다.
“그럼 이제 나까지 끼면… 5대 여신?”
하지만 규만이 정색하며 딱 잘라 말한다.
“예린이 너도 못생긴 건 아닌데… 민지한텐 안 되지.”
형준도 거든다.
“어딜 그 얼굴로 정연이랑 같은 급에 서려고 하나~ 감히!! 안 되지 암~!!”
정연과 민지가 동시에 외친다.
“둘 다 조용히 해!! 카드나 써!!!”
그때
우덕이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쓰던 중, 고개를 번쩍 든다.
“… 좋아. 아이디어 떠올랐어.”
형준, 규만, 예린은 동시에 눈빛을 맞춘다.
덕군 컴퍼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 시간 끝나고 임원회의다. 쉬는 시간, 중앙 스탠드로 전원 집합.”
감정이 써진 카드들 위로,
숫자와 전략, 거래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교실은, 이제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