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기까지 우리가 정한다
쉬는 시간.
교실 뒷자리 중앙 스탠드에 덕군 컴퍼니 멤버들이 하나둘 모였다.
형준, 규만, 우덕, 예린.
표정은 진지했고, 눈빛은 번뜩였다.
우덕이 작전회의를 열었다.
“우리 반에서만 우정카드 돌리는 거, 너무 아깝지 않아?”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이걸 1학년 전체로 확대하자. 그리고… 받은 카드 수를 통계로 내서 인기 순위도 발표하고.”
형준은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1학년 전체? 고생에 비해 돈이 안 되잖아.
우리 반에서만 하는 것도 힘든데, 이걸 왜 해?”
예린은 턱을 괴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럼 이렇게 해보자. 우정카드 말고 ‘투표’ 형식으로 하자.
주제를 정해서 인기투표 하는 거지.
예를 들어… ‘1학년 중 가장 예쁜 아이는?’ 정예린~ 뭐 이런 거?”
대용은 벌떡 일어났다.
“야! 왜 네가 1등이야! 당연히 지수지!!!”
형준과 규만도 동시에 외쳤다.
“정연이!!”
“민지가 짱이야!!”
곧이어 네 사람의 의견 충돌로 미니 난장판이 벌어졌다.
그때, 우덕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얘들아! 진정해 봐! 예린이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야.
주제를 정해서 인기투표를 하고, 1등 한 애한텐 상품도 주는 거지!”
형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 고생해서 벌어놓은 돈을 상품으로 쓰자고?
너 혹시 루비코의 저주라도 걸린 거야?”
그러자 우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모두가 그 상을 받고 싶어 하게 만들고, 우리가 투표를 ‘운영’한다면?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감정은 우리를 중심으로 모이게 돼.
돈을 써서, 힘을 사는 거야.”
네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엔… 단순한 장난 이상의 야망이 담겨 있었다.
프로젝트는 전광석화처럼 굴러갔다.
형준은 아무 말 없이 담을 넘어 문방구로 갔다.
10분 뒤, 땀을 흘리며 돌아온 그의 손엔…
초록색 철제 수거함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거 딱이지?”
우덕은 교실 한쪽 구석, 돈 상자 앞에 앉아 전표를 뒤적였다.
“상품 예산은… 얼마까지 되려나...”
규만과 대용은 반을 돌며 떠들었다.
“야! 진짜 투표하면 곰인형 준대!”
“이거 완전 인기투표야! 1등 하면 레전드!”
복도에선 예린이 예쁜 글씨로 쓴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제1회 인성초 인기투표 –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반짝이와 하트로 도배된 포스터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투표 당일.
투표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적고, 투표용지엔 덕군 컴퍼니 로고 도장을 꾹 찍었다.
“와~ 진짜 선거 같아!” 아이들은 들떴고, 웃음소리가 복도를 채웠다.
곰인형은 복도 위에 전시됐다.
커다란 리본, ‘1등 상품’이라는 표지까지…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갔다.
선생님들과 1반의 모범생 군단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간을 좁혔다.
“… 저놈들, 또 뭔가 꾸미는군.”
성곤이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책장을 넘기는 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여자아이들의 마음은 훨씬 복잡했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혹시 내가… 1등?’
‘이번엔 민지보다 내가 더 예뻤을지도?’
질투, 기대, 설렘이 뒤섞인 묘한 긴장감.
교실은 평소보다 살짝 더… 시끄러웠다.
교실 한쪽, 자물쇠 달린 우정카드 수거함은 조용히 빛났다.
그리고 덕군 컴퍼니의 눈빛엔…
권력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