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63화 편지 한 장의 전쟁

진심이 사라진 곳에 칼이 남았다

by 동룡

일요일 밤.
형준이 클립 하나로 자물쇠를 ‘딸깍’ 열자, 우정카드 수거함이 조용히 열렸다.

교실에 모인 덕군 컴퍼니 멤버들.
그들은 카드를 펼치며 누가 누구에게 몇 장을 받았는지 세기 시작했다.
진심이 담긴 예쁜 말들, 미안했던 고백들, 수줍은 마음까지 담긴 카드들.

그때, 대용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거, 그냥 나눠주면 재미없지 않냐?”

우덕이 웃었다.
“그니까~ 우리가 조금… 도와주자고.”

그들은 몇몇 카드를 골라 조심스럽게 찢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글씨체를 따라 쓰고, 말투를 흉내 내며 카드 하나하나에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조작된 카드들이 다시 봉투에 들어가고, 수거함은 원래대로 닫혔다.

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교실로 들어왔다.
카드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너희가 쓴 카드, 서로 잘 받았지? 이름표 보고 쓴 사람에게 답장을 꼭 해주렴.”

아이들은 신나서 카드를 읽었다.
“와~ 예쁜 말이 가득하네~”
“헐, 나 인기 많다~”

그런데, 이상했다.

예린은 편지를 펴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넌 웃을 때 제일 재수 없어.
그냥 원래 학교로 돌아가.
아직도 널 보면 소름 돋아.
나는 네가 여기 있는 거 자체가 싫어.”

손이 떨리던 예린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이래…”


형준이 다가와 카드를 들여다보곤 눈이 커졌다.
“야, 나래가 이걸 쓴 거야?”

예린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덕은 예린을 달래기 시작한다.
물론... 다 짜인 연기다...


반대편에선 태연이 수빈에게 받은 카드를 읽고 굳어 있었다.


“성곤이 앞에서 여우짓 좀 그만해.
네가 예쁜 줄 알아? 하나도 안 예뻐.
다들 네 가식적인 성격을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거야.
진짜 재수 없어.”


태연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 너 지금 말 다한 거야??!!!”

정연도 조용히 카드를 펼쳤다.

“형준이 믿고 까불지 마.
너보다 이쁘고 잘 맞는 애 나타나면,
넌 낡은 실내화처럼 쓰레기통에 버려질 거야.”

정연의 손이 덜덜 떨렸다.
“진심이야? 진짜 이렇게 생각한 거야?”


형준은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
“뭐?? 그래!! 내가 지금 널 쓰레기통에 넣어줄게 이나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형준을 말리기 시작했다.

정말 나래를 쓰레기통에 꾸겨넣을 기세였다.

민지도 수빈의 카드를 열었다.

“얼음공주인 척 좀 작작해.
규만이 하나 믿고 도도한 척하는 거 다 보여.
규만이 빼곤 다 널 싫어해.
혼자 잘난 척 그만하라고.”

민지는 어이없는 듯 웃었다.
“얘가 진짜… 어이가 없네.”

규만은 붉어진 얼굴로 수빈을 향해 소리쳤다.
“말 다 했냐? 왜 민지한테 이런 말을 해! 너도 쓰레기통에 넣어야겠다!!!”


친구들은 규만도 동시에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지수는 조용히 자신의 카드를 폈다.
그리고 가만히 눈물을 흘렸다.


“앞에선 조용한 척하지만,
너처럼 가식적인 애가 제일 나빠.
옆반 나대용이 널 좋아하지?
너도 결국 똑같아. 그만 연기해.”

모두가 아수라장이 된 교실.

그 순간, 선생님이 ‘쾅!’ 하고 교탁을 출석부로 내리쳤다.
“조용!! 지금 뭐 하는 거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선생님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나래, 최수빈. 지금 당장 교무실로 와.”





이전 02화[인성초등학교] 62화 인기라는 이름의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