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78화 바른생활, 잃은 생활

눈물보다 차가운 시선

by 동룡

“이나래, 최수빈. 왜 그랬니?”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나래와 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침묵을 지켰다.

“… 우정카드 사건이요.”
수빈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예린이가 우리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야.
넌 나한테 안 돼.
그 카드도, 분위기도, 다 우리가 만들 거야.”
나래가 힘없이 덧붙였다.
“듣고 있는데… 너무 치욕적이었어요.”

아이들 사이에 웅성임이 퍼졌다.
하지만 이내 한 마디가 그 분위기를 찢어버렸다.


“그래서 그게 정연이랑 형준이한테 그런 짓을 한 이유야?”

규만이었다.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야 이 개 같은 것들아… 뇌가 없는 거야, 심장이 없는 거야?”

지수는 눈썹을 찌푸리며 벌점장을 꺼냈다.
“욕설. 1 벌점.”
“그래, 욕했다. 근데 나만 화났냐?”

민지는 한숨을 쉬며 규만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쳤다.
“아 진짜… 분위기 살벌한데 쌍욕은 너무 튀어.”

우덕이 손을 번쩍 들며 책상 위로 올라섰다.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목에 잘못 적은 팻말 걸고 교문 앞에 서게 하자!
등하굣길마다 1학년 전체가 보게! 한 달 내내!”

순간 수빈이 고개를 들었다.
“그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우리가 잘못한 건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뭐? 정연이는 아파하고 형준이는 돌아버렸어.
그 상황 만든 건 너네잖아.”


성곤이 조심스럽게 중재를 시도했다.
“우덕이 말은 좀 세긴 했지만… 우리, 감정이 너무 앞서는 것 같아.
지금은 서로 얘기하는 게 먼저 아닐까?”

그러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수는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그 벌, 감당할 수 있을까? 형준이 눈빛 봐.”

태연도 덧붙였다.
“보건시간에 배웠잖아. 남자애들이 더 힘세다고.
근데 형준은 그중에서도 센 편이야. 진심으로 너네 휠체어 탈 수 있어.”

선생님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마지막으로 정연과 형준을 바라봤다.
“그래도… 혹시, 용서할 수 있겠니?”

형준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얼굴은 냉랭했다.


“이나래, 최수빈.
등하굣길 조심해라.
누가 뒤통수 돌로 내려 찍으면… 그거, 나야.
당장 오늘일 수도 있고.”

선생님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형준아… 안 돼. 그건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야.”

하지만 정연이 말을 이었다.
눈빛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다.

“내가 아파하는 거 보면서, 웃었지?
즐겼겠네.
지금 형준이 말린 내가 더 싫다. 그냥 때리라고 할 걸 그랬어. 물론 지금도 늦지는 않은 것 같네”

교실은 냉기만 감돌았다.

규만이 다시 외쳤다.
“얘네, 아직도 예린이랑 카드 탓 이래!
사과는커녕 핑계만 늘어놓잖아!”


우덕도 들썩이며 동의했다.
“맞아. 이건 그냥 끝내면 안 돼.
목에 잘못한 걸 걸고 교문 앞에 서 있어야 돼! 본인들 잘못을 가슴에 새겨야 돼!”

그 말에 수빈은 울컥했고, 나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너무 잔인한 벌이예요… 정말…”
수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순간, 선생님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얘들아, 이제 그만.
정의는 복수로 완성되지 않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말… 정말 바른생활 맞니?”

침묵.
그리고 천천히 선생님은 말했다.

“이나래, 최수빈. 교무실로 가자.”

둘은 고개를 떨군 채 일어섰다.
아이들의 시선이 무겁게 따라붙었다.


문이 닫히자, 형준은 눈을 감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연은 그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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